이슬람 수니파 과격세력이 만든 이슬람국가(IS)의 파장이 아시아 대륙의 끝인 우리나라와 일본까지 미치고 있다. 서구와 이슬람권 나라만의 문제가 아님이 확인된 이상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하다.
지난 10일 터키에서 종적을 감춘 김아무개(18)군은 자발적으로 이슬람국가가 장악한 시리아 쪽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이 21일 밝혔다. 이슬람국가에 가담한 외국인이 80여개 나라, 1만5천여명에 이른다고 하지만 한국인은 처음이어서 충격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이슬람 과격파에 동조할 이유가 없어서 더 그렇다. 이번 사례를 특수한 경우로 보더라도 우리 사회에 던지는 경고는 가볍지 않다. 김군처럼 학업을 중단한 채 어디에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나가는 젊은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군의 주위 사람들은 물론 터키까지 김군과 동행한 홍아무개(45)씨의 무신경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슬람국가 조직원으로 보이는 인물이 일본인 2명을 인질로 잡고 몸값으로 2억달러를 요구하는 동영상이 공개된 것도 심각한 문제다. 일본은 최근 이슬람국가에 대한 국제 공조와 관련해 2억달러를 내놓겠다고 밝히긴 했으나, 서구 나라들과는 달리 군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일본인을 인질로 잡은 것을 보면 지구촌의 누구나 인질이 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적극적 평화주의’의 문제점과는 별개로 이슬람국가의 이런 행태는 용납할 수 없다. 지구촌 전체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는 행동이다.
김군이 이슬람국가로 간 것이 확실하다면 이슬람국가 쪽은 즉각 김군을 돌려보내길 바란다. 그러지 않고 김군을 무장조직에 가담시키거나 그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이슬람국가 스스로 테러단체임을 만천하에 재확인하는 것이다. 일본인 인질 또한 조건 없이 석방돼야 한다. 정부는 김군이 무사히 돌아오도록 관련국들과 협력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제까지 정부 대응을 보면 잘했다고 할 수가 없다.
잘 알려진 대로 이슬람교는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다. 반면 이슬람국가는 이슬람권의 극히 일부분을 차지하는 근본주의 과격파 세력이다. 각국이 이슬람국가의 그릇된 행태에 공동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이슬람권 나라나 사람들을 무시하거나 적대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각국이 이슬람권과 우호적인 관계를 증진시키도록 중개자 구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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