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21일 연말정산 파동과 관련해 몇몇 세액공제의 폭을 늘리고 이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납세자들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자 당정회의를 열어 보완대책이라며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는 소득세법을 개정한 취지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문제가 많다. 더욱이 당정은 왜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원칙이나 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중요한 국가정책을 이렇게 졸속으로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당정은 이날 회의에서 자녀 세액공제와 독신근로자 표준 세액공제, 연금보험료 세액공제 수준을 지금보다 높이고, 자녀 출생·입양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한편, 추가로 내야 할 세금의 분할납부를 허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특히 소득세법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되 2014년도 귀속분에 대해서도 소급해서 적용하기로 했다. 일단 현행대로 연말정산을 진행한 뒤, 개정된 항목에 대해서는 해당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되돌려주겠다는 이야기다. 이리되면 비과세·감면 축소를 통해 일그러진 소득세 체계를 바로잡으면서 과세 기반을 넓힌다는 애초 법 개정 목적이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미흡한 수준이긴 하지만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높이기도 어려워지게 된다. 소득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을 생각할 때 걱정스럽다. 역시 정부와 새누리당은 불평등 해소에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법을 고친 뒤 해당 조항을 소급해서 적용한다는 방안을 보고서는 쓴웃음이 나온다. 이는 당정이 수시로 강조하는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납세자들에게 자칫 나쁜 신호를 보내고 법 경시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일을 당정이 앞장서서 하고 있으니 한심할 따름이다. 당정은 국민들의 불만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어서 잘한 일이라고 애써 자위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일은 방향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게다가 연말정산이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혼란을 불러오고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할까 싶다.
그런 만큼 정부와 새누리당은 보완대책을 마구잡이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설령 추진하더라도 연말정산 결과를 본 뒤 정밀점검을 거쳐 필요한 부분에 한해 미세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대신 법인세 등의 인상을 중심으로 세제 개편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세수 부족 예상액이 11조원에 이르는 등 3년째 세수 결손이 빚어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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