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언론자유를 짓밟았던 과거 유신시대를 일컫는 말이 ‘짐승의 시간’이었다. 지금 <문화방송>(MBC)을 보면 ‘짐승의 시간’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문화방송 경영진이 인사위원회에서 페이스북에 회사를 불평하는 만화를 올렸다는 이유로 예능피디에게 해고의 칼을 휘둘렀다. 문화방송은 또 해고 사유를 취재하러 상암동 사옥을 찾아간 취재기자를 끌어내기도 했다. 언론기관이 언론자유를 부정하다니, 상식이 통하지 않는 암흑천지가 아니고서야 이럴 수는 없다.
해고된 권성민 피디는 지난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세월호 참사의 엠비시 보도는 보도 자체가 참사”라며 자책감으로 가득 찬 글을 올려 회사로부터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당시 문화방송은 세월호 사건의 진실을 애써 외면하며 유가족을 폄훼·모욕하는 보도를 내보낸다며 거센 비판을 받던 중이었다. 문화방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복귀한 권 피디를 비제작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냈다. 권 피디는 지난해 12월 발령받은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예능국 이야기’라는 제목의 만화를 세 차례 그려 올렸다. 문화방송은 권 피디가 만화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유배생활”이라고 표현한 걸 문제 삼아 해고를 결정했다고 한다. 언론자유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스스로 말의 자유를 죽이는 꼴이요, 미운털 박힌 사람에 대한 저열한 표적징계이자 권한남용 행위다.
지난 몇 년 동안 문화방송이 저지른 몰상식한 징계 행태는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지난해 10월에는 교양제작국을 해체한 뒤 <피디수첩>의 광우병파동·황우석 편을 제작한 피디들을 신사업개발센터 등 비제작부서로 내보내기도 했다. 무수한 징계와 보복으로 지금 문화방송은 사실상 언론자유가 사라진 동토의 땅이 됐다. 입만 벙끗해도 탄압의 몽둥이가 날아들고 해고의 칼이 춤추는 문화방송을 과연 언론 자유의 보루 노릇을 할 언론기관이라고 어느 누가 인정하겠는가. 문화방송 경영진은 문화방송의 저널리즘 정신을 파괴하고 구성원의 기본권을 짓밟은 사람들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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