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며칠 전 연말정산 파동을 수습한다며 일부 세액공제 폭을 넓히겠다는 따위 ‘보완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대책이 큰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다. 소득이 많은 사람들의 근로소득세 납부액이 지난 몇 년간 되레 줄어든 사실이 구체적 수치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의 계획대로 보완책이 추진되면 일그러진 근소세 과세체계를 바로잡기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미진하지만 애초 기대한 소득재분배 효과도 쪼그라들 것이다.
<한겨레>가 <국세통계연보>를 분석한 결과, 2009~2013년(귀속 연도)에 총급여 40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의 1인당 근소세 부담은 대략 13만원, 6000만원 이하는 9만원 늘어났다. 반면, 8000만원 이하는 2만원, 1억원 이하는 38만원, 2억원 이하는 188만원, 3억원 이하는 185만원가량 줄어들었다. ‘부자 감세’가 진보·개혁세력이나 야당의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조세정책의 결과로 빚어진 분명한 현실임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추세는 소득 대비 실제 세부담을 나타내는 실효세율을 살펴봐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잘 알다시피 근소세는 우리나라 조세제도 가운데 누진과세를 대표하는 세금이다. 소득구간이 커지는 데 비례해 세율이 높아지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도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줄어든 것은 세율 인하와 소득공제 등을 통해 세금을 깎아줬기 때문이다. 능력에 따른 세금 부담이라는 중요한 조세원칙에 흠을 낸 것이다. 정부가 2013년에 소득공제 가짓수를 축소하는 대신 세액공제 항목을 확대한 것은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한 조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고소득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자 상당 부분 이를 되돌리려 하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세수가 지난해까지 3년째 부족한 점 등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런 만큼 정부와 새누리당은 보완대책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애초 취지는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지금 더 필요한 일은 증세 논의를 본격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담 능력이 큰 납세자에게 세금을 더 물린다는 차원에서 법인세 인상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증세로 논의가 불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법인세 인상 등에 반대한 것은 연말정산 파동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자신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증세 없다”는 방침을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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