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재산, 논문, 이중국적….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역시 고위공직자 후보들한테 단골로 나타나는 도덕성 의혹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의혹의 진위야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힐 일이지만, 내각을 총괄할 총리 후보자마저 각종 의혹에 얽혀 있다는 사실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 후보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이해는 가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그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수십억원대의 땅이니 손자들의 이중국적이니 하는 것들은 서민들의 처지에서 보면 딴 세상의 이야기들이다. 서민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총리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라면 이런 의혹에 대한 대응도 서민의 마음을 헤아려가며 하는 게 마땅하다. 그런데 이 후보자의 모습을 보면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병역 문제부터 그렇다. 이 후보자 본인은 일병 때 질병을 이유로 조기제대했고, 차남은 무릎 연골 파열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고 한다. 장남을 포함해 이 후보자 가족 남자 셋 중 두 사람이 온전히 병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자는 ‘문제없음’을 주장하기에 앞서 병역의 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예의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이번주에 차남이 직접 나와 공개검증을 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아비로서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 나라의 총리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아들에 대한 애달픔에 앞서 꼬박 3년 가까이 병역 의무를 다한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 그리고 군에 갔다가 다치고 죽어간 아들 또래의 젊은이들을 먼저 염두에 두는 게 올바른 자세 아닐까.
재산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남의 재산을 ‘0원’이라고 신고한 것도 이상하지만 차남에 대해 재산 고지를 거부한 것은 더욱 수상쩍다. 분가해서 오랜 세월 독립된 삶을 영위해온 아들이라면 몰라도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아들의 재산 고지를 거부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게다가 차남에게 증여된 수십억원대의 경기도 분당 땅을 둘러싸고는 각종 의혹이 무성한 상태다. 이 후보자 쪽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별로 설득력이 없다. 수십억원대의 재산을 물려주고 물려받고 하는 것부터가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할 이야기인데 법의 허점을 교묘히 활용해 재산 내역까지 숨기는 것이 과연 총리 후보로서 적절한 처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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