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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뼛속까지 곪은 고급장교들의 비리 행진

등록 2015-01-29 18:40

국민들은 지난해 끔찍한 군 폭력과 비리를 보고 분노하면서도 군의 자정 능력을 기대했다. 특히 중추인 영관급 이상 고급장교들이 솔선수범해 개혁에 앞장설 것으로 믿었다. 하지만 이들이 더 부패와 일탈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 허탈하기까지 하다.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과 장남,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이 28~29일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에 체포된 것은 군의 비리 구조가 골수까지 뻗쳐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장남은 정 참모총장 재임 시절인 2008년 에스티엑스(STX)엔진으로부터 7억여원의 뇌물을 받았다고 한다. 2004년 예편 뒤 에스티엑스 사외이사로 일한 윤 전 사령관은 그 돈 전달 과정에 개입했다. 에스티엑스는 이후 곧 해군이 발주한 수백억원 규모의 고속함 엔진 사업을 따냈다니 정 전 총장의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윤씨는 정 전 총장의 해군사관학교 4년 선배다.

육군 여단장(대령)이 관사에서 부하 여군(하사)을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사건도 기가 막힌다. 이 여군과 같은 숙소를 쓰는 다른 여군(하사)도 같은 부대 참모(소령)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니 부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여군을 성추행한 사단장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비슷한 혐의의 육군 중령이 소령으로 강등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한 해 동안 4명의 남성 장교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세 차례나 근무지를 옮긴 여군 중위 사례도 있다. 국방부가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부산을 떨지만 고급장교들은 오불관언이다.

지난해 말 대규모로 출범한 방위사업비리 합동수사단은 개별 사건을 들춰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리 구조 척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군의 명운을 걸고 대처하겠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장치다. 고급장교들의 비리와 일탈이 끊이지 않는 데는 그릇된 의식·관행과 더불어 군의 폐쇄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군 사법제도의 문민화와 정부로부터 독립된 국방 옴부즈맨 설치 등이 절실하다. 하지만 29일 국회에 보고된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 권고안에 대한 국방부 검토 결과’는 이에 대해 아주 소극적이다. 군과 정부는 이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태도를 바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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