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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자화자찬’과 ‘남 탓’으로 가득 찬 이명박 회고록

등록 2015-01-29 18:40수정 2015-01-29 18:40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예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화자찬, 궤변을 앞세운 자기변명, 견강부회와 책임회피로 가득 차 있다. 재임 기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나 아쉬움의 토로는 눈곱만큼도 없이 ‘내가 한 일은 모두 잘했다’는 뻔뻔함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서전이 결국 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회고록은 평생 꼼수와 위선을 무기로 출세가도를 달려온 그의 삶을 역설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대해 “금융위기를 다른 국가들보다 빨리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 대목부터 실소를 금할 수 없다. 4대강 사업이 무분별한 재정 낭비 사업의 전형으로, 22조원이나 되는 돈을 다른 데 썼으면 국민경제에 훨씬 도움이 됐으리라는 것은 국회 예산정책처와 각종 연구기관 등의 공통된 결론이다. 금융위기 뒤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경기 대응 능력을 약화시킨 주범이 4대강 사업임을 고려하면 이 전 대통령의 주장은 전형적인 견강부회다.

세금만 낭비하고 실패로 끝난 자원외교에 대한 변명과 합리화도 국민의 울화통을 자극하는 발언이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태에서 자원외교를 평가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라고 말했으나,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은 수많은 사업들 중 상당수가 벌써 ‘우물 폐쇄’의 정리 단계에 들어가 있다. 공기업들이 안게 된 엄청난 부채를 국민 세금으로 해결해야 할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 자랑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해외자원 개발 총괄을 국무총리실이 맡았다고 주장한 것도 전형적인 ‘남 탓’에다 사실 왜곡이다. 엠비 정부 5년 동안 이 대통령이 체결한 자원외교 양해각서가 24건, 형인 이상득 의원이 11건이나 되는 반면, 총리는 단 4건에 불과했다. 재임 때에도 그랬지만 생색은 자기가 내고 잘못은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그의 고질병은 바뀌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의 책임을 전임 정부에 전가한 대목에 이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당시 엠비 정부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미국에 ‘선물’을 안기기 위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덜컥 합의해준 것은 지금까지도 외교적 패착의 교훈으로 남아 있다. 자신들의 저자세 외교로 ‘퍼주기 협상’을 해놓고 이제 와서 전임 정부 탓을 하고 있으니 얼굴이 참으로 두껍다.

북한 쪽에서 여러 차례 남북정상회담 제의를 해 왔으나 “원칙 있는 거절”을 했다고 설명한 대목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좋은 기회를 활용해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대북정책 실패 정권’으로 끝난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땅을 치며 반성할 대목이다. 남북정상회담 추진 비사며 한-중 외교 상황 등을 시시콜콜히 공개한 것도 북한 및 중국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전임 대통령으로서 경솔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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