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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건보료 개혁, 미봉책 말고 원안 재추진해야

등록 2015-02-01 18:37

정부가 건강보험료(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놓고 우왕좌왕에 갈팡질팡을 거듭하고 있다. 3년 동안 다듬어온 개편안을 공식발표 하루 전인 지난 28일 돌연 ‘백지화’하더니,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30일에는 “전면 백지화는 아니다”라고 급히 변명했다. 그때도 언제 추진할 것인지는 말을 못하더니, 1일 청와대-내각 긴급 정책조정강화 회의를 열어 “상반기 안에 형편이 어려운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낮추는 방안을 내놓겠다”는 약속만 덜렁 내놓았다. 그러면서 개혁의 핵심에 대해선 여전히 입을 다문다. 딱하고 한심하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미봉책’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것이다. 건보료 개혁의 요체는 형평성과 합리성이다. ‘송파 세 모녀’ 등 저소득 지역가입자는 성별·연령 등을 바탕으로 소득을 추정하는 평가소득 조항 탓에 과다한 보험료를 내는 반면, 재산이 많고 근로소득 이외의 다른 소득이 많은 이는 낮은 보험료로 무임승차할 수 있게 한 지금의 불합리한 부과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서 개혁 논의가 출발했다. 일부 고소득층한테 소득과 재산에 맞게 보험료를 더 거둬 그 돈으로 저소득층의 부담을 낮춰주는 개편안이 마련된 것은 그런 논의의 결과였다. 이런 터에 생계형 전월세의 보험료를 인하하고 평가소득의 보험료를 낮추는 정도의 저소득층 부담 완화 방안만 내놓겠다니 문제 해결의 의지를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나머지 한쪽인 고액재산가층의 보험료 적정화 과제는 이로써 눈감아달라는 뜻인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급하게 꿰어맞춘 저소득층 대책은 되레 건보 재정의 안정성을 깨뜨리게 된다. 정부는 저소득층의 건보료를 줄여주는 데 필요한 돈은 그동안 쌓아온 건보재정의 누적 흑자로 일단 조달하겠다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럴 수 있겠는가. 오래지 않아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실제 소득을 중심으로 형평에 맞게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이 저소득층에만 적용될 일도 결코 아니다. 근로소득 외의 추가소득은 연 7200만원까지 보험료를 매기지 않고, 금융·연금·기타 소득은 각각 4천만원까지 보험료를 면제해주고, 재산액만큼 보험료가 높아지지 않는 지금의 부과체계는 전체 인구의 1%에 지나지 않는 고액재산가의 특혜를 보장해주는 제도일 뿐이다. 이를 그냥 두고선 문제만 더 악화한다. 정부는 되지 않는 핑계로 개혁 중단을 변명할 게 아니라, 더 늦기 전에 원래 개편안을 그대로 추진해야 한다. 그 책임은 개혁 중단을 실제 결정했을 대통령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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