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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당의 증세론에 청와대가 답할 차례다

등록 2015-02-03 18:39

새누리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에 이어 김무성 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선언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원칙으로 삼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여당 지도부가 한목소리로 반기를 든 양상이다. 증세 논의의 불씨를 집권 여당이 댕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김무성 대표는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러한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효성 있는 재원 확보 방안 없이 복지 지출만 늘리다가는 나라 살림이 거덜난다는 논리다. 또 “국민 권리로서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국민 의무인 납세라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옳은 지적이다.

김 대표의 주장은 사실 새삼스러울 게 없다. 증세 없는 복지가 허구라는 것은, 재정 또는 복지 전문가들 사이엔 오래전부터 상식이었다. 박 대통령의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 규모의 ‘공약가계부’가 나올 때부터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부와 여당만 헛된 기대와 근거 없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그러나 세수 부족이 올해 예상치까지 4년째 지속되고, 재정적자는 만성화하고 있다.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이제는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은커녕 재정지출 수요의 자연증가분마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증세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공약가계부의 파산 선고이자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에 대한 반성문이나 다름없다. 뒤늦은 반성일지라도 환영할 일이다. 다만, 증세에 대한 여당 내 논의 기류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게 문제다. 김무성 대표는 “복지 지출의 구조조정을 시행해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며 “증세는 이 결과를 토대로 더 나은 대안이 없을 때 국민 뜻을 물어보고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증세보다 복지 축소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인세 인상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유승민 새 원내대표와는 사뭇 다른 인식이다.

김 대표처럼 증세를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면, 복지 없는 증세의 파기가 ‘증세 포기-복지 축소’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최악의 선택이다.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복지 과잉이 아니라 복지 결핍이다. 어쨌든 증세 없는 복지가 한계에 이른 데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있다. 여당에서는 현실을 직시한, 솔직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박 대통령이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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