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3일부터 차기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권리당원 투표를 시작했다. 2·8 전당대회까지는 이제 불과 닷새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나 야당의 전당대회는 아무런 화제도 감동도 불러오지 못한 채 지리멸렬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후보들 간 인신공격 등 낯 뜨거운 진흙탕 싸움만 가열되고 있다. 유권자의 마음을 끌어올 절호의 기회인 전당대회가 오히려 유권자들의 마음을 더욱 멀찌감치 달아나게 하는 악재로 전락하는 양상이다.
새정치연합의 한심한 모습은 전당대회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경선 규칙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이라는 답변을 유효표로 인정할지 말지를 놓고 뒤늦게 전당대회준비위가 표결을 통해 시행세칙을 변경하는 소동을 벌였다. 가장 기초적인 경기 규칙 하나 매끄럽게 정리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나라를 경영하고 국민을 이끌겠다는 것인지 한심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경선 규칙 다툼은 후보들 간의 이전투구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었다. 급기야 2일 저녁에 열린 당대표 후보자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문재인·박지원 후보 등은 자신들의 입으로 토론회와 전당대회를 “저질”이라고 규정할 정도가 됐다. 그러니 이런 ‘저질 경쟁’을 곁에서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이날 토론회도 그렇지만 새정치연합은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번도 제대로 된 정책 경쟁을 보여주지 못했다. 친노 비노니, 당권·대권 분리론이니, 세대교체론이니 하는 주장만 난무할 뿐 미래에 대한 구상과 비전도, 집권을 위한 전략도, 당의 획기적인 혁신 방안도 찾아볼 수 없다. 입으로는 야당의 위기를 말하면서도 실제 행동은 아무런 위기의식이나 긴장감도 없이 어떻게 하면 당권을 차지할 것인지에만 혈안이 돼 있다.
정부 여당의 헛발질이 계속되고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져도 야당의 지지율이 정체상태에 머무르는 것은 야당이 직면한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의 ‘반사이익’마저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야당이라면 이미 야당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잃었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새누리당은 원내대표 경선 이후 당내 소신발언이 줄을 잇는 등 오히려 역동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당의 아이콘이 돼야 할 ‘변화와 혁신’이 오히려 여당의 전유물이 된 상황인데도 야당은 천하태평이다. 야당은 도대체 언제 정신을 차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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