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기대만큼 활기를 띠지 못하면서 여러 문제가 빚어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감원 한파가 이어지는 게 그것의 하나다. 직장인들로서는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여차하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손이 제대로 잡힐 리 있겠는가. 그런 만큼 감원을 피하거나 줄일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5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경영실적 악화와 불확실한 경영환경 타개를 내세운 대기업들의 구조조정(감원)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 현대중공업, 두산중공업, 케이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명예퇴직과 희망퇴직이란 형태로 감원을 했거나 진행중이다. 증권사와 보험사 등 금융권은 이보다 사정이 더 나빠 2년 새 1만8000여명이 일터를 떠났다고 한다. 이들 기업이 이럴진대 중견·중소기업 종사자들이 감원 칼날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직장인들의 어깨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시절이다.
대기업들이 감원을 추진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적자가 쌓이는데 인력을 그대로 끌어안고 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수익이 크게 악화할 위험이 있다면 생존력을 높이기 위해 감원을 고려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감할 수 없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몇년간 많은 돈을 벌다가 수익이 떨어지자 곧바로 감원을 추진하는 대기업들이 눈에 띄어서다. 이는 해당 기업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장은 비용 절감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생산성 향상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경영 사정이 조금 나빠졌다고 사람을 자르는 마당에 기업을 위해 헌신할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다. 기업의 잇따른 감원은 나라 경제 전체로 볼 때 내수 위축을 낳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실적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감원 대상이 된 사람들의 처지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대기업을 떠날 경우 비슷한 처우를 해주는 새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다. 당사자가 갈고닦은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정이 깨지는 경우 등도 생길 수 있다.
그런 만큼 노·사·정이 이런 폐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혜를 짜내야 한다. 사용자는 감원을 피하거나 축소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노동자는 임금조정을 수용하는 방안 등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일자리 나누기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어려운 때일수록 함께 간다는 생각을 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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