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감시센터의 장화식 공동대표가 단체의 주요 감시대상인 론스타코리아의 유회원 전 대표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3일 검찰에 체포됐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의 대표가 몰래 ‘검은돈’을 받고 이후에도 버젓이 활동을 계속했다니 귀를 의심할 만큼 충격적이다.
드러난 바로는 그 행태나 죄질이 매우 나쁘다. 장 대표는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론스타 대표의 구속과 엄중 처벌을 앞장서 주장하다가 2011년 9월 유 전 대표가 법정구속되자 선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내주겠다며 8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돈을 준 쪽 말로는 장 대표가 먼저 돈을 요구했을뿐더러 돈을 주지 않으면 처벌 요구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집행유예로 석방되면 수억원을 더 받기로 약속했다는 정황도 있다. 공갈과 협박, 회유 따위 행태 하나하나가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 앞에선 투기자본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뒤로는 이를 무기로 검은 뒷거래를 한 이런 행태야말로 시민운동을 더럽혀 제 호주머니를 채운 악성 범죄다.
장 대표는 이 돈이 “외환카드에서 해고된 이후의 임금에 대한 보상금”이라고 주장한다지만 어처구니없는 변명일 뿐이다. 정당한 보상이라면 몰래 받을 이유도 없고, 비판을 계속하겠다느니 말겠다느니 을러댈 까닭도 없다. 동료 해고자들을 둔 채 몰래 챙긴 범죄수익을 두고 그렇게 우긴들 정당한 돈이 될 리도 없다. 다른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가상계좌로 돈을 받아 대부분 개인 용도로 썼다니, 개인의 범죄적 일탈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번 일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물론 시민운동 전체의 신뢰에도 큰 흠집이 나게 됐다. 센터는 장 대표를 파면하고, 이번 일과 관계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구석에서 이런 범죄가 벌어졌는데도 몰랐다면 그것만으로도 반성해야 할 일이다. 시민단체가 도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면 동료 시민들이 시민운동에 더는 힘을 보태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운동은 자기 통제와 점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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