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징병 신체검사를 여러 차례 다시 받으며 현역 복무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이 6일 제기됐다. 이 후보자에 대해선 총리 지명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의혹이 백화점식으로 제기됐지만, 그중에서도 병역기피와 부동산 투기 의혹은 과연 그가 행정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인지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 이 두 사안은 우리 사회 지도층이 갖춰야 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71년 첫 신체검사에서 현역 입영 대상인 갑종(현재의 1급) 판정을 받았지만 입영을 미루다 행정고시 합격 후인 75년 재검을 신청해 ‘평발’을 이유로 역시 현역 입영 대상인 1을종(현재의 2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자 또다시 이의를 제기해 결국 3을종(현재의 4급) 판정을 받고 현역이 아닌 보충역(방위)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우선, 첫 번째와 두 번째 신검에선 ‘평발’임에도 현역 판정을 받았는데 세 번째 신검에선 똑같은 이유로 보충역 판정을 받은 경위가 석연치 않다. 70년대가 병역 비리가 드물지 않던 시절임을 고려하면, 이 후보자가 재검을 받는 과정에 어떤 비리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부분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며, 이 후보자는 한 치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소명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설령 비리가 없었다고 해도 재검을 자꾸 신청한 이 후보자 태도로 보면 어쨌든 현역 복무를 피하려 애썼다는 심증을 지울 수 없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군 복무는 국가 지도자가 솔선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모든 성인 남자가 군에 가야 하는 우리나라에선 더욱 그렇다. 두 번씩이나 재검을 신청해 결국 현역을 회피한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면, 젊은이들이나 꽃다운 아들을 전방에 둔 부모들에게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이 후보자에겐 부동산 투기 의혹도 있다. 1970~80년대 부동산 광풍이 몰아친 서울 강남에서 아파트를 사고팔아 재산을 불렸고, 그 정점은 최고급 아파트인 타워팰리스 단기매매를 통한 시세차익 실현이었다. 이 후보자 쪽은 매매차익이 애초 알려진 3억1000여만원이 아니라 1억9590만원이라고 두 차례나 정정했지만, 국민은 액수보다 그의 행동이 부동산 투기꾼의 행동과 뭐가 다른지를 묻고 있다. 다른 여러 의혹이 있지만,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완구 후보자는 국무총리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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