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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얼토당토않은 복지 과잉론

등록 2015-02-06 20:50수정 2015-02-06 20:59

‘증세 없는 복지’의 실패와 잘못을 인정하면서 복지·증세 논쟁에 불을 댕긴 여권 일각에서 뜬금없이 ‘복지 과잉론’을 들고나왔다. 증세에 반대하는 일부 여론을 의식해 복지 구조조정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렇지만 국내 복지 실태와는 전혀 동떨어진, 여론을 호도하는 주장이다.

복지 과잉론을 띄운 당사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다. 그는 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초청 강연에서 “복지 수준의 향상은 국민의 도덕적 해이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이 나태해지고, 나태가 만연하면 부정부패가 필연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복지 과잉에 대한 우려는 6일 새누리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복지 예산이 잘 쓰이고 있는지 전면적으로 점검해 부조리하고 비효율적인 것은 고쳐야 한다”는 발언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증세는 최후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증세보다는 먼저 복지 구조조정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에게 솔직히 묻고 싶다. 지금 우리 복지가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만큼 높은 수준인가? 그리고 복지 과잉으로 나태해진 국민은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가? 한국의 복지 현실에 비춰보면 김 대표의 주장은 황당할 뿐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 비중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로 비교해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0.4%로, 조사된 2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출산율 세계 최저,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 세계 최고 등 다른 통계에서도 참담한 ‘복지 결핍’이 잘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복지 과잉론을 거론하는 것은 복지 축소를 위한 여론 호도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현행 복지 정책이나 관행에서 고칠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복지사업의 부처 간 중복, 민간 복지전달체계의 비효율 등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복지 재정의 강화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며, 복지 과잉론의 근거로 삼는 것은 더욱 어불성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 정책 기조가 사실상 폐기된 이유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허구적인 전망을 근거로 한 탓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늦게나마 이를 인정함으로써 조세와 복지 체계의 개혁을 위한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이런 소중한 기회를 제대로 살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얼토당토않은 복지 과잉론 따위로 분란을 일으키는 행태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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