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흠결이 이제 치명적인 정도를 넘어 공직 자격에 사망선고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형성된 인사검증 기준에 비춰 보면 지금까지 드러난 몇가지 비위와 의혹만도 낙마 사유가 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 후보자가 지난달 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의혹과 관련한 방송 보도를 막았다는 놀라운 이야기와 함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을 저급한 어투로 늘어놨다. 정치권력의 보도통제와 언론사 인사 개입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행위를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떠벌이는 이 후보자를 보면서 비뚤어진 언론관을 넘어 민주적 세계관의 결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검증을 받는 처지에서 언론인들을 만난 자리였으니 말실수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그가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막중한 권한을 쥐게 되면 자신의 이해관계나 정략적 목적을 위해 언론 자유를 비롯한 민주주의 원칙을 어떻게 훼손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이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볼 때 공공의 이익보다 일신의 영달과 치부를 우선시해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에 이런 우려가 더욱 커진다. 본인과 차남의 병역 기피와 여러 건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이어 처남의 뒷배로 교수에 임용된 의혹, 억대 연봉의 차남이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한 사실이 추가됐다. 열 가지가 넘는 비위와 의혹 덩어리들은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겁다. 일부 특권·부유층이 공공선을 팽개치고 잇속 챙기기에 매달리는 전형적인 행태들이 망라돼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8일 총리 인준 뒤 개각 수순을 밟겠다며 “인준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당에 인준 강행이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문창극·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세 차례나 총리 후보자 낙마 사태가 빚어진다면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이해된다. 하지만 정치적 계산보다 중시해야 할 게 국정이다. 이 후보자가 이대로 총리가 된들, 산적한 국정 과제를 풀어가는 데 꼭 필요한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얻을 수 있겠는가. 특히 언론 관련 발언은 민주국가의 총리로서 자격 미달임을 충분히 확인시켜줬다. 행정부의 좌장이 상징하는 공직자상도 무너져 내릴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은 정략에 휘둘려 국익을 위한 판단을 흐려선 안 된다. 이 후보자 자신도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애국심이 남아 있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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