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지금 증세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 목표는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청년들도 좋을 뿐만 아니라 세수도 늘려 그런 비용을 국민에게 부담 주지 않고 해보겠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일고 있는 증세를 통한 복지재원 확보 논의를 뿌리치고 자신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이어갈 뜻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이는 박 대통령이 현실성 없는 것으로 판명된 논리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걱정스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 말마따나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냄으로써 … 세수도 늘”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잘 알다시피 지금 우리 경제는 기대 만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저런 부양책을 펴고 있는데도 그렇다. 부작용을 무시한 채 정부가 규제완화 등에 속도를 낸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긴 어렵다. 세수는 지난해 11조원(예상)을 비롯해 3년째 손실이 났고 올해도 이런 추세를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중시하는 재정건전성 확보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반면, 재원 조달 방안은 한계에 이른 지 꽤 됐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지출구조 조정으로 재정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계획은 계속 어긋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담뱃값 인상 등 서민증세 형태의 꼼수가 동원됐으나 세수 확충에는 크게 힘이 달린다. 최근 빚어진 연말정산 파동의 의미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방침을 재고해야 할 때다. 박 대통령이 “이 정부의 복지 개념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투자(라는 것이다)”라며, 특히 “보육은 투자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게 빈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게다가 복지수요는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다. ‘증세 불가’라는 기조를 금과옥조처럼 고수하지 말고 증세 논의에 귀를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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