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새정치연합, ‘현충원 참배 논란’의 교훈

등록 2015-02-09 18:28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대표는 9일 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서울 동작구 현충원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문 대표는 참배 뒤 기자들에게 “갈등을 끝내고 국민 통합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배를 결심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는 참배 문제에 대한 ‘통합’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고위원 5명 모두가 이런저런 이유로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에 동행하지 않음으로써 결국 ‘반쪽 참배’가 되고 말았다. 새정치연합 신임 지도부의 이런 제각각 행보는 ‘문재인 호’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문 대표의 결정을 놓고는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다. 통합의 메시지를 통해 당의 외연을 확충하는 적극적 행보라는 긍정적 평가도 가능하고, 일부의 지적처럼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온 역사와 진보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로 비판받을 수도 있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이런 미묘한 사안일수록 결정은 신중해야 하고 당 내부 설득에 더욱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이다. 야당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는 단순히 ‘문재인 개인’의 정치적 행보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대표는 그 대목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의 제안에서 비롯된 참배 결정은 다소 즉흥적이라는 느낌을 주었고, 최고위원들을 설득하려고 충분히 노력한 흔적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신임 대표 업무 첫날부터 지도부가 따로따로 노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끝났다.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문 대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충원 참배를 둘러싼 논란은 단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새정치연합은 그동안에도 수시로 이념 갈등과 강온 대립이 폭발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내부의 감정적 앙금은 더 깊어졌다. 새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에 각 계파가 골고루 포진돼 ‘무지개 진용’이란 평가도 나오지만, 자칫 이런 구조가 사사건건 의견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갖가지 어려움을 뚫고 ‘혁신과 단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은 결국 문 대표의 어깨에 달려 있다. 인사에서부터 당내 소통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당을 살리지도 못하고 문 대표 자신도 살지 못한다. 이번 현충원 참배 논란을 교훈 삼아 앞으로 문 대표가 더욱 뛰어난 지도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