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기자들과 식사 자리에서 했던 ‘언론 관련 발언’의 전문이 10일 공개됐다. 내용 중 일부가 <케이비에스(KBS) 뉴스>를 통해 이미 보도되긴 했지만, 발언 전문을 보니 이완구 후보자의 언론관이 얼마나 비뚤어져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면 개인과 권력의 이해를 위해 언론을 어떻게 다루려 할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는 언론인 가운데 대학 총장과 교수를 시켜준 사람이 있다면서, 자신과 잘 지내는 게 유리하다는 걸 기자들에게 강조했다. 대학 총장과 교수를 시켜준 언론인은 누구인지, 그 대가로 그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이 후보자에게 묻고 싶다. 그는 또 김영란법을 언급하면서 ‘언론을 위해 법 통과를 막고 있는데 언론이 계속 나를 비판하면 통과시켜 버리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검경까지 들먹이는 그의 발언을 보면서, 국무총리가 될 경우 수사기관을 활용해 언론을 통제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를 갖게 한다. 이것만으로도 이 후보자는 총리 자격을 이미 잃었다.
더구나 병역비리 의혹에 관한 그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1971년 첫 신검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75년 신검에선 보충역(방위) 판정을 받은 경위에 대해, 야당 의원들에게 처음엔 “71년 신검 장소는 엑스레이 기계가 없는 시골(충남 홍성)이었고 75년 신검은 (엑스레이가 갖춰진) 대전에서 받았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병역기록표 확인 결과, 1971년 신검 장소는 서울 육군수도통합병원이고 75년 신검 장소가 오히려 홍성이었다. 이 후보자는 첫 신검과 마지막 신검 장소를 정반대로 설명했던 것이다. 충남 홍성에서 마지막 신검을 받을 때,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홍성군청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고시 출신 공무원으로 충분히 신검 판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리란 의심이 든다.
이 후보자는 왜 신검 장소를 거짓으로 설명했는지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이유가 어떻든 어려운 상황을 거짓말로 벗어나려 한 행동은 고위공직자로선 용납되기 어렵다. 그걸 보면서 국민은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다른 숱한 의혹에 대한 해명 역시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또다시 국민을 속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별명은 ‘자판기’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자판기에서 꺼내듯 곧바로 해명자료를 내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10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노라면, 자판기의 효능이 다했다는 생각뿐 아니라 그렇게 내놓은 해명조차 진실하지 못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완구 후보자는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국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판단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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