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문재인 대표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히틀러 묘소’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비유한 것을 두고 논란이 무성하다. 야당에서는 그동안 잊을 만하면 한번씩 ‘튀는 발언’이 등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는데, 정 최고위원의 발언 역시 이런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말의 품격을 유지하는 것은 정치인의 필수적인 덕목이다. 국민의 정서를 헤아리지 못하는 발언, 수준 낮은 비유와 막말 등은 말하는 사람 본인은 물론 당에도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그 점에서 정 최고위원은 매우 경솔했다. 문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참배를 놓고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참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그곳을 히틀러 묘소나 야스쿠니 신사로까지 여기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극단적인 표현, 부적절한 비유는 국민의 공감은커녕 오히려 냉소와 짜증만 불러일으킨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발언에 비판이 쏟아지자 11일 “우리 당의 한 고문께서 한 말씀을 그대로 전해드린 것”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변명이 되지는 못한다. 게다가 그는 이제 단순한 의원이 아니라 최고위원의 한 사람이다. 자신의 정치적 무게에 걸맞게 좀 더 묵직하고 신중한 언행을 할 때도 됐다.
최고위원이 당 대표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딴죽을 거는 게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이미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의 결정에 반대해 묘역 참배에 동행하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정도에서 끝냈어야 옳았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방송에까지 나와 당 대표를 비난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발언에 환호하는 일부 목소리에 본인은 으쓱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러는 사이 야당은 멍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야당에서 나오는 튀는 발언의 반사이익은 결국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에 돌아가게 돼 있다. 가뜩이나 궁지에 몰린 여권은 이번에도 정 최고위원 발언에 반색하고 있다. 야당은 제발 자중자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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