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들이 자율적으로 선정한 총장 후보들을 교육부가 이유도 대지 않은 채 잇따라 거부한 것은 결국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을 앉히려는 의도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교육부가 네 차례나 연거푸 총장 후보의 임용 제청을 거부했던 한국체육대학교(한체대) 총장에 결국 ‘친박’ 정치인인 김성조 전 새누리당 의원이 임용된 게 단적인 증거다.
한체대 총장 임용 과정은 그야말로 비정상적이었다. 전임 총장의 임기가 2013년 3월에 끝났지만 교육부는 같은 해 4월과 11월, 이듬해 5월과 10월 학교 쪽이 추천한 후보들의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23개월 동안 네 차례나 ‘부적격자’라는 말 한마디로 총장 후보들을 거부하던 교육부는 지난달 다섯번째로 김성조 전 의원이 추천되자 한 달 만에 임용을 제청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틀 만에 그를 임용했다. 그렇다고 김 전 의원이 적격자인 것도 아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 세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된 대표적인 친박 정치인이다. 반면 체육 관련 이력은 일천해 한체대 총장에 걸맞은 전문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본인 스스로 내세우는 경력이란 게 고작 구미시 궁도협회 초대 회장과 경상북도 체육회 이사다.
누가 봐도 총장 적임자를 찾는 과정이 아니라,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이 추천될 때까지 막무가내로 총장 후보들을 거부해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런 ‘낙하산 인사’를 위해 수많은 교수들이 들러리를 서야 했고 2년 가까운 총장 공석 사태로 학생들도 피해를 봤다. 청와대와 교육부가 교육을 희생시켜가며 친박 정치인의 재취업을 챙겨준 꼴이다. 역시 총장 공석 사태를 겪고 있는 공주대(12개월째), 방송대(5개월째), 경북대(6개월째) 등에서도 이런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의 거짓말도 도마에 올랐다. 교육부는 ‘관행’이라는 핑계로 총장 후보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정진후 의원(정의당)이 11일 공개한 교육부 자료를 보면 과거 정부에서는 총장 후보 거부 때 정확한 이유를 밝혔음이 확인된다. 교육부는 거부 사유를 밝히라는 법원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 명색이 교육을 관할하는 부처인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온갖 거짓과 편법을 일삼고 있으니 국민의 세금이 아까울 지경이다.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친정권 인사에게 자리를 마련해주고 대학 사회를 길들이려는 청와대와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 어용화’ 시도는 당장 중지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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