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1일 끝났다. 이젠 이 후보자를 국무총리로 용인할 것인가, 아니면 물러나게 할 것인가 판단만 남았다. 이틀간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가 국무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청문회를 하기 전보다 이 후보자에게 실망했다는 여론이 훨씬 높아진 게 현실이다. 이런 사람을 국무총리로 인준하면 앞으로 인사청문회의 기준이 무의미해질 것이란 의견도 많다.
청문회 시작 전부터 이완구 후보자에겐 수많은 의혹이 따라붙었다. 병역 기피와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황제 특강, 가족의 건강보험료 미납 등 과거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때마다 단골로 거론됐던 항목이 빠지지 않고 거의 망라됐다. 이 후보자가 여당 원내대표 출신의 중진 국회의원이 아니었다면, 이 정도 흠집만으로도 그는 인사청문회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이미 사퇴해야 했을 것이다. 여기에 권언유착을 자랑하고 언론을 겁박하는 내용의 수준 미달 발언까지 새롭게 더해졌다.
그런데도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이틀간 인내심을 갖고 지켜본 이유는, 이미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중도 낙마한 상황에 이완구 후보자까지 그만두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여론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 작용했을 터이다. 지금 새누리당 지도부가 “무슨 일이 있어도 설 연휴 전에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도 이런 정치적 판단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스스로 매듭을 풀어야 할 때다.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에게 주어진 마지막 반전의 기회였다. 청문회를 통해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별것 아니었다는 게 소명되고 그래서 국민 여론이 ‘이 정도면 국무총리로 행정부를 통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틀 동안의 청문회를 거치며 그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새로운 사실들이 적지 않게 추가됐고 여론은 더 악화했다. 아마 이완구 후보자 자신도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악화할 대로 악화한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며 오로지 청와대와 여당의 다수 의석에 기대 ‘반쪽 총리’가 된들 제대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은 여론이 어떻든 단독으로라도 이완구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강행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세번째 총리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다음에 누가 총리를 하려 하겠느냐’는 정치적 우려를 이해 못 하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국민 판단이다. 과거엔 대통령이 임명하던 국무총리를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표결까지 거치게 한 이유는, 막중한 자리인 국무총리 임명 과정에 국민의 뜻을 반영하기 위함이었다. 정치적 부담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국무총리를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도 이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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