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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베 판사’의 댓글 난동

등록 2015-02-12 18:35

현직 부장판사가 익명으로 인터넷 포털에 수천 건의 악성 댓글을 써온 사실이 드러났다. 상당수 댓글이 충격적일 정도로 저열한 내용이어서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가 아닌지까지 의심된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판사로서 다른 사람을 심판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원지방법원 이아무개 부장판사가 지난 7년간 여러 개의 익명 아이디로 써온 댓글들은 상식과 이성을 지닌 사람의 생각과 말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어렵다. 표현부터가 저열하고 폭력적이다. “너네 부모 ○○○를 찍어서 두부를 만들어 버릴까”라거나 “도끼로 ○○○을 쪼개…”라는 등 내면의 폭력성을 익명의 힘을 빌려 거침없이 배설했다. 이런 악성 댓글은 인터넷을 오염시켜 비인간적인 야만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게 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결코 작지 않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모욕적인 말로 폄훼하고 호남을 상습적으로 비하하는 말을 뱉어내고 퍼뜨리는 따위 행동 하나하나가 바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현직 판사가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더욱 개탄스럽다.

이 판사의 행동은 법관으로서 매우 부적절하다. 그는 자신이 맡은 사건에까지 댓글을 달아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재판이 막 시작 단계인데 미리 유무죄나 형량 따위 결론을 흘리기도 했다. 법관의 기본자세를 갖추지 못한 꼴이다. 균형감각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정치적 편향도 심각하다. “박통, 전통 시절에 물고문, 전기고문 했던 게 역시 좋았던 듯”이라는 등 유신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을 미화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으로 모욕했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엔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조작 사건엔 “빨갱이 한 놈 잡는 데 위조쯤 문제되겠나”라고 법관답지 않은 말까지 하는 등 맹목적인 극우 성향을 대놓고 과시했다. 마치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같다. 이런 이가 재판인들 제대로 했겠는가. 품위를 유지하고 공정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법관윤리강령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판사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정치적 의견을 표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익명성 뒤에 숨어 욕설과 폭언을 일삼는 행태는 결코 그런 이유로 정당화될 수 없다. 합리와 이성에 귀 닫은 맹목적인 야만의 언사가 정치적 의견일 수 없다. 이런 행태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법원에 대한 신뢰는 더욱 흔들리게 된다. 사법부는 이 판사를 그냥 물러나게 할 게 아니라 엄히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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