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 투표가 16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12일 인사청문특위에서 단독으로 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걸 보면, 야당이 반대해도 16일엔 표결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미 여론의 불신임을 받은 이완구씨를 무리하게 ‘반쪽 총리’로 만들려는 게 과연 국민을 위하는 길인지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이완구씨가 오로지 여당의 다수 의석에 의존해 총리가 된다면, 그런 사실 자체가 우리 정치사에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처럼 숱한 문제를 드러낸 사람도 총리가 되는 마당에 앞으로 굳이 번거롭게 인사청문회를 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미국에선 단 한 사람의 상원의원이 반대해도 장차관의 의회 인준이 몇달간 보류되는 일이 수두룩하다. 그만큼 인사에선 능력과 자질에 대한 평가와 함께, 초당파적인 동의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여론의 낙제점을 받은 사람이 국무총리가 되면, 행정부를 통할하기도 힘들고 대통령을 보완해 국민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을 제대로 하기도 어렵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에서도 지금처럼 여론을 무시하며 국무총리를 밀어붙인 사례가 매우 드문 건 이런 이유에서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당 중심의 정국운영’을 말해왔다. 대통령보다 민심을 먼저 생각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지금 행태를 보면 민심보다 청와대를 먼저 생각하는 태생적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하다. 이러면서 삼권분립을 말하고 국회의원들이 독립적인 입법기관이라고 외치는 게 가당한 일인지 묻고 싶다. 야당의 완강한 반대에도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강행한다면, 새누리당 지도부는 ‘청와대 2중대’라는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누리당 충청 출신 의원들은 야당의 반대를 ‘충청 홀대’라고 주장했다. 야당 내부에도 충청 출신의 이완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데 대한 부담감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리의 자질보다 출신 지역을 먼저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거니와, 자격 미달인 사람을 고집하는 태도가 오히려 지역에 대한 모독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여론을 정확히 읽고, ‘이완구 국무총리’를 고집하지 말아야 한다. 세 번째 총리 후보를 낙마시키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힘들더라도 정도를 가는 게 더 큰 민심 이반을 막는 길이란 걸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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