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자가 총리로서 ‘적합하다’는 의견은 29%에 불과한 반면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은 41%에 이르렀다. 후보 지명 직후인 1월 조사에서 부적합 의견이 20%였던 것에 비하면 검증 과정을 거치면서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섰음을 잘 보여준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13일 이 후보자의 국회 인준 문제와 관련해 “여론조사 기관에 여야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의뢰하자”고 제안하며 “우리 당은 그 결과에 승복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기류를 고려해 내놓은 제안으로 보이지만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발상이다. 총리 후보자 인준을 여론조사로 결정하려면 국회는 무엇 때문에 있단 말인가. 앞으로 여야 간에 입장이 맞서는 문제가 나오면 고민하지 말고 그냥 여론조사로 결정하면 될 일이다. 새정치연합은 이 제안에 대한 비판이 빗발치자 “여론조사에 의해 판단하기보다는 국민의 뜻에 따르자는 취지”라고 서둘러 해명에 나섰으나 이미 물은 엎질러진 형국이 되고 말았다.
사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지명 이후 새정치연합이 보인 모습을 보면 과연 야당으로서 제구실을 하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국회에서 한솥밥을 먹어온 정치인 출신에 대한 동지의식 때문인지 야당은 후보 지명 발표가 나오자마자 ‘기대’와 ‘환영’을 표시하기 바빴다. 이런 안이한 자세로 임하다 보니 ‘송곳 검증’은커녕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을 허겁지겁 따라가기 바빴다. 여기에다 ‘호남 총리론’ 따위의 불필요한 말로 여론의 호된 비판까지 자초했다. 여론조사를 통해 총리 인준 문제를 결정짓자는 제안은 결국 새정치연합의 즉흥적이고 개념 없는 ‘맹탕 대책’의 결정판인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국회 인준 표결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본회의 참석을 아예 거부할지, 참석은 하되 표결을 보이콧할지, 아니면 표결에 참여할지 등을 놓고 아직도 설왕설래만 되풀이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표결 강행’으로 일찌감치 방침을 정하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야당은 뚜렷한 상황 판단이나 전략도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느낌이다. 야당이 여당에 끌려다니는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야당은 이번에 실력 부족을 더욱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명분도 실리도 챙기지 못하고 헛발질만 계속하는 야당의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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