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이미 내려져 있다. 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도덕성 면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확인되면서 그는 국민의 마음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총리 인준을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현재의 국회 의석 분포로 볼 때 투표를 강행하면 그가 어쨌든 총리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만드는 총리가 무슨 구실을 할 것이며, 민심에 역행하는 힘자랑 정치가 나라는 물론이고 정권의 장래에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지난 정치사를 돌아봐도 ‘만신창이 총리’가 걸어가는 길은 정해져 있다. 위로는 대통령에게 더욱 납작 엎드리는 총리, 밑으로는 권위와 위엄을 상실한 초라한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후보자는 애초 지명을 받았을 때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이 후보자의 지난 행적에 비춰볼 때 당시에도 그런 말에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이제 그는 쓴소리는커녕 대통령 앞에서 숨도 크게 못 쉬는 총리가 될 상황이 돼버렸다. 온갖 흠집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거두어준 윗사람에게 감지덕지하며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인간관계의 정해진 이치다.
총리로서 정부 각 부처를 통할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 후보자의 각종 도덕성 의혹을 보면 그 범위가 국방부, 국토교통부, 교육부 등 거의 전 부처에 걸쳐 있다. 이런 흠집투성이 총리가 법과 질서를 말하고 공직자의 기강을 강조하는 것을 공무원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앞에서야 따르는 시늉을 하겠지만 속으로는 비웃고 손가락질하게 돼 있다. 윗사람이 바르게 처신하지 않을 때 아랫사람에게 영이 서지 않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 속에서 공무원 조직은 더욱 피폐해지고 국정은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새누리당도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것은 ‘3연속 총리 낙마’보다는 ‘반쪽 총리’가 낫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총리 인준 강행 후 개각과 청와대 개편 등을 통해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누더기 총리는 두고두고 박근혜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이 후보자를 지금 단계에서 털고 가는 것이 당장은 아플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득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민과의 소통이고, 여론에 순응하는 정치다. 이완구와 국민 중 누구를 선택해야 옳은지 정답은 이미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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