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교체될 권영세 주중대사의 후임으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돼 중국 정부의 동의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김 내정자가 ‘중량급 인사’임은 분명하지만 그를 주중대사로 보내는 것은 여러모로 문제가 있다.
우선 김 내정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그릇된 대응과 관련해 지난해 5월 국가안보실장에서 물러난 사람이다. 그는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을 두 차례나 해 국민의 분노를 사고 문책성 경질을 당했다. 이런 사람을 9개월 만에 중요한 외교 직책에 복귀시키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많은 이들은 이번 인사를 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보은 인사, 회전문 인사’라고 지적한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문제에서 얼마나 국민과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김 내정자가 주중대사에 적합한 인물인지도 의문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군 출신 주중대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장관 출신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 대사를 맡는 것도 처음이다. 당연히 김 내정자는 역할 수행에 필요한 외교 경험이 부족하다. 정부는 김 내정자가 안보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중국과 꾸준히 접촉해왔다고 말하지만 이는 안보 관련 몇몇 사안에 대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김 내정자는 전형적인 대북 강경론자다. 그가 안보실장으로 있는 동안 한반도 안보는 안정되지 않았으며 남북 관계도 파행을 계속했다. 한-미 동맹 강화론에 치우쳐 있는 그가 대중국 관계를 능숙하게 풀어나갈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특히 그는 중국·러시아와의 갈등이 있더라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야 한다는 군부 강경파의 주장에 동조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한-중 관계는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규모의 한-중 경협,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의 대결 분위기, 북한 핵·미사일 등 한반도 문제와 관련된 중국의 역할, 냉랭한 한-일 관계 등을 생각하면 한-중 관계의 수준은 더 높아져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의 분석대로 박 대통령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중국 쪽에 설득하려고 김 내정자를 선택했다면 한-중 관계는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
지금 왜 김 내정자가 주중대사로 가야 하는지 아무런 타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반면 그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쉽게 꼽을 수 있다. 이런 자리배치가 국익 증진에 보탬이 되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이번 인사를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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