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16일 국회를 가까스로 통과했다. 후보자 자신과 구속 상태인 두 사람을 제외한 새누리당 의원 155명이 모두 참석했는데도 찬성은 148명으로, 가결 요건보다 고작 7표를 더 얻는 데 그쳤다. 총리 후보가 세 명 연속 낙마하는 사태는 면했다지만, 투표 결과로 드러나듯 누구에게도 흔쾌하고 마땅한 선택은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 결과를 두고 최악의 파국은 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야당이 투표에 불참하거나 여당이 단독으로 통과를 강행하는 따위 외형적 충돌 없이 절차적 민주주의가 지켜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여당으로서는 세월호 참사로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후 세 번 만에 간신히 후임 총리를 임명하는 데 성공했고, 야당도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일부의 비판을 무색하게 하면서 변화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명분을 살렸다는 자평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청와대와 여당이 이완구 총리 임명 성공에 ‘다행이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일 일은 결코 아니다. 이 후보자가 총리는 물론 공직자로서 부적격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지명 이후 언론의 검증과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석연치 않은 경위로 현역 근무를 피한 의혹이 드러났고, 부동산 붐이 일어날 만한 곳마다 찾아다니며 투기를 했고, 자격이 의심스러운데도 교수로 봉급을 받았다. 국가에 대한 봉사보다는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좇는 데 급급한 모습에서 국가 지도자의 풍모는 찾을 길 없다.
여당 안에서 최소한 7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온 것도,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이미 도덕성과 청렴성,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잃은 이런 이가 총리가 됐으니 국민의 마음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신임 총리 기용으로 새롭게 쇄신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애초 취지도 사라졌으니, 민심 수습은 물론 국정운영의 새로운 동력이 되기도 어렵다. 당장은 사태를 수습했다고 안도할지 몰라도 상처는 더 커지고 깊어지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총리 임명 때문에 미뤄왔던 개각과 청와대 개편을 이르면 17일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새 총리가 만신창이로 들어섰건 말건 내 식대로 내 갈 길을 가겠다는 생각이 지금도 여전하다면, 이번 개편 역시 국정 운영의 계기는커녕 다시 논란과 실망, 비판의 대상이 되기 십상이다. 자질 부족과 부도덕성 논란 속에 인사를 강행하는 일이 이번으로 끝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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