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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여전히 남은 ‘언론통제 발언’과 언론의 정도

등록 2015-02-16 18:28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이 16일 국회 표결을 통과했다. 그러나 총리 인준이 됐다고 해도 그가 후보자로서 했던 ‘언론통제 발언’은 그대로 남는다. 특히 이 후보자의 점심식사 자리에 함께한 기자들과 해당 신문들이 그런 몰상식한 발언을 듣고도 침묵한 것은 언론윤리 차원에서 깊은 반성이 필요한 일이다.

이 후보자가 문제의 발언을 한 것은 후보자의 도덕성이 온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인 때였다. 그의 발언에는 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할 만한 폭탄 같은 언론관이 담겨 있었다. 패널을 마음대로 뺐다는 둥, 마음에 안 드는 기자는 언론사 간부들에게 말해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게 죽인다는 둥, 독재정권의 하수인이나 할 법한 발언이었다. 이런 말을 듣고도 함께한 기자와 해당 신문들은 하나같이 침묵했다. 보도 가치가 없어서 기사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녹취록이 방송을 통해 보도돼 파문이 커지자 이 신문들은 태도를 바꿔 “이 후보자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질타하고 “독재정권이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 “총리에 합당한 인물인지 중대한 의문이 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무유기 행위를 했음을 스스로 보여주는 게 아니고 무엇인가.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한국일보>의 태도다. 한국일보는 이완구 후보자 청문회가 열리는 10일치 자사 신문 1면에 ‘이완구 총리 후보 녹취록 공개파문 본보 입장’이라는 사고를 내고 “비공식 석상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라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땅히 해야 할 보도였음이 이미 그 충격과 파장으로 입증된 터에 이런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한국일보는 발언이 나온 당일 초판에 관련 기사를 썼다가 후속판에서 뺐다고 한다. 녹취록을 야당에 건네준 기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한 것도 본말이 뒤집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일보는 보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언론의 임무를 방기한 데 더해 뒤늦게 자기 잘못을 변명하려다가 언론의 정도에서 두 번이나 벗어나고 말았다.

이번 녹취록 사건은 일차적으로 언론을 통제 대상으로 본 이완구 후보자의 문제다. 그러나 언론이 침묵해서는 안 될 상황에서 침묵함으로써 언론윤리의 문제로 비화했다.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바르게 하지 않을 때 국민은 건강한 여론을 형성할 길을 봉쇄당한다. 이완구 발언 녹취록 파문은 우리 언론 전체가 두고두고 성찰의 참조점으로 삼아야 할 사건이다. 언론이 제구실을 못하면 민주주의도 설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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