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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험수위의 ‘사법 불신’ 자초하는 대법원

등록 2015-02-17 19:04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급전직하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형국이다. 법관들의 잇따른 추문도 문제지만, 대법원이 정도를 벗어난 대처로 불신을 키우고 명분없는 행보로 비난을 자초하는 게 더 큰 문제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막말 댓글 부장판사’ 사건은 재판의 공정성과 합리성에 커다란 의문을 불러일으킨 중대 사안이다. 비뚤어진 사고방식과 저급한 인격을 드러낸 이아무개 부장판사의 막말을 접하며 시민들은 ‘저런 법관의 판결에 어떻게 수긍하겠느냐’는 본질적인 회의를 느꼈다. 그런데도 대법원은 진상조사나 징계 절차도 밟지 않고 16일자로 서둘러 사표를 수리했다. ‘직무상 위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안이한 인식으로 사태를 덮으려고만 든 것이다. 앞서 최민호 수원지법 판사가 ‘명동 사채왕’한테서 수억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대법원은 아홉달 동안이나 손을 놓고 있었다. 대법원은 ‘제 식구 감싸기’의 구습을 언제나 떨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법원의 시대착오적인 행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법관 후보자로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축소·은폐에 동조한 검사 출신의 박상옥 후보자를 내세운 것은 대법원이 정의와 인권의 최후보루라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더구나 박 후보자는 17일 퇴임한 신영철 대법관의 후임으로 임명 제청됐다. 신 전 대법관은 법원장 시절 ‘촛불집회 사건’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 대법원장의 경고를 받고 법관 500여명의 집단반발까지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런 무자격 대법관의 후임으로 또다시 무자격자를 앉히려는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이에 더해 대법원은 보수 성향 판검사 출신 위주의 대법관 인선을 비판한 판사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비판했던 판사도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이런 ‘법관 길들이기식 인사’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나 있던 일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14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사법부의 독립성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60위)보다 한참 낮은 82위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아산정책연구원의 ‘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는 11개 기관 가운데 10위에 그쳤다. 요즘 대법원의 행태를 보면 결코 억울하다고만 할 수 없는 등수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독립성과 신뢰를 잃으면 존립 근거를 잃는 것과 같다. 대법원은 지금이 그런 엄중한 국면임을 직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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