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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박 대통령, 설 민심 제대로 읽고 변화 모색하길

등록 2015-02-22 18:41

여야 정치인들이 전하는 전국 각지의 설 연휴 민심을 요약하자면, “경제는 어렵고 정치는 답답하다”는 말일 것이다. 과거 정부에 대한 칭찬이 많았던 명절이 있었는가 반문할 수 있지만,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정서는 그 어느 때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단순한 추상적 표현을 뛰어넘어, 연말정산이나 담뱃값 인상 등 현 정부의 핵심 정책을 놓고 “결국 증세해서 국민을 속인 거 아니냐” “서민·중산층에게만 가혹하다”란 정서가 밑바닥에 팽배해 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더 아픈 지점은, 국민들이 현 정부에 대한 희망을 접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삶이 더 나아질 수 있으리란 기대를 국민들이 버리지 않도록 하는 게 대통령과 정부가 할 일이다. 5년마다 취임을 앞둔 시기에 새 대통령에 대한 국민 기대가 가장 높게 나타나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기대를 접을 때가 대통령과 정권에겐 가장 위험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는 밑바닥 민심이 토해내는 “정치가 너무 답답하다”는 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풀어주는 것도 결국 정치의 몫이고, 어려운 현실에서 한줄기 희망의 빛을 쏘아올리는 것도 정치의 몫이다.

‘답답한 정치’의 가장 큰 책임은 누가 뭐래도 대통령에게 있다. “정치가 답답하다”란 말을 좀 더 솔직하게 바꿔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실망했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때 약속한 대로 경제민주화를 하고 서민·중산층 위주의 정책을 펴리라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얘기다. 인사에서 유능한 인재를 폭넓게 쓰면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이 이제까지의 잘못을 만회하고 앞으로는 잘해나가리란 생각도 별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집권 2년의 성적을 ‘실망’이라고 평가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얘기하려면, 대통령이 바뀌고 있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설 연휴 직전의 이완구 국무총리 인선과 부분 개각은 쇄신의 감동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 이미지만 각인시켰다. 티케이(TK·대구경북) 출신의 현직 부장검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편법 기용하는 행태가 또다시 반복됐다. 지난해 11월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파문’ 이후 수많은 비판과 조언이 야당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제기됐지만, 그런 충고가 받아들여졌다는 징후를 찾기는 어렵다. 이러니 대통령이 바뀔 거란 생각을 할 수 없고, 희망을 접은 듯한 힘없는 말이 고향 밥상에서 친지, 친구들 간에 오간 것이다.

대통령은 곧 있을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부터 국민 기대를 충족할 만한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 지난 대선 때 했던 약속을 되새기면서 그걸 어떻게 정책화할지 고민해야 한다. 설 민심을 정확히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서 국민 믿음을 회복할 길이 보인다는 걸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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