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미사일방어(MD·엠디) 체계에 우리나라가 편입되는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미국의 구상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서 사실상 끌려가는 우리 정부의 책임이 크다. 정부는 일관되게 거부 뜻을 분명히 해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
지난해 12월의 한미일 정보공유약정 체결을 높이 평가한 애니타 프리드 미국 국무부 수석부차관보의 20일 도쿄 발언은 미국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그는 이 약정을 ‘한미일 사이의 상호운용적인 지역 미사일방어 구조의 개발’과 직접적으로 연관시켰다. 미국·일본이 운용하는 엠디 체계와 우리나라가 개발할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이 약정을 통해 사실상 통합된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21일 이 약정이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국한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인했지만, 앞으로 미국의 생각대로 될 가능성이 있다. 약정 체결을 주도하고 정보 교환을 조정하는 주체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애매한 태도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정부는 ‘미국의 배치 요청도, 협의도 없었다’고 하지만, 여러 미국 당국자는 우리나라에서 부지 조사를 한 사실을 들며 협의가 있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군 관계자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여권 인사들은 직간접적으로 ‘사드가 배치되면 안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원 발언까지 한다. 공식 협의는 부인하지만 미국이 강하게 배치를 밀어붙이면 못 이기는 척 따라가겠다는 식의 비겁한 태도다.
동북아 엠디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삼지만 주된 대상은 중국이며 사드는 가장 최근에 개발된 핵심 장비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중국을 겨냥해 추진 중인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서도 엠디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이달 초 방한한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에 대해 우려 뜻을 밝힌 것은 엠디 문제가 ‘미국·일본 대 중국’ 대결 구도의 최전선에 있음을 다시 확인해준다. 우리나라가 이 구도의 한쪽에 가담해 대결을 부추기는 것은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통일기반 조성은 물론이고 동북아 평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미국을 따라가기만 하면 안보는 해결된다’는 편의주의적 자세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정보공유약정도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 지금처럼 엠디 편입 논란이 되풀이되는 것 자체가 안보를 해친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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