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담배’를 도입하자는 정치권 발상에 그렇잖아도 우울한 설 민심이 더욱 험악해졌다.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국민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내걸고 담뱃값을 큰 폭으로 인상해놓고 이제 와서 저가 담배라니 ‘그럴 거면 뭐하러 인상했느냐’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이다.
저가 담배 논란의 진원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다. 유 원내대표는 17일 담뱃값 인상으로 인한 여론 악화의 보완책으로 기존 담배보다 값이 싼 저가 담배를 검토해보라고 당 정책위원회에 지시했다. 그는 경로당 같은 민생 현장을 살펴본 뒤 노년층이 담뱃값 인상에 불만이 많아 이런 지시를 했다고 한다. 이어 18일에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이 “담뱃세 인상이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과세가 됐다”며 봉초담배에 한해 세금을 일부 줄여주자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저가 담배 방안이 정책으로 실현될 것이냐와는 상관없이, 이런 발상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여론의 돌팔매를 맞아 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저가 담배 논란을 둘러싸고 여론은 특히 정부와 여당에 대해 혹독하다. 여권은 국민 건강을 증진하려면 다른 수가 없다면서 담뱃값 인상을 밀어붙였다. 그러더니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꿔 저가 담배로 불만을 달래겠다고 나섰다. 이거야말로 애초에 담뱃값 인상이 국민 건강 증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려는 ‘꼼수 증세’였음을 입증해주는 것 아니고 무엇인가. 담뱃값 인상에 가장 불만이 많은 집단이 저소득 노년층인데, 이들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주요 지지층이다. 지지층의 불만을 달래려고 약삭빠른 처방을 내놨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셈이다.
민심의 분노는 저가 담배 그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을 걱정해서 담뱃세를 올렸다고 우기는 여권의 그 낯두꺼움을 향하고 있다. 여당 원내대표의 아이디어 하나가 이렇게 큰 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면 국민의 불만과 불신이 얼마나 커져 있는지 짐작하고 남는다. 이런 불신을 그대로 두고는 아무리 건전한 정책도 국민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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