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청와대 복속이 굳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들이 검찰 조직 전체를 장악하는 요직으로 배치되고, 주요 보직은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대구·경북 출신을 중용하는 편중 인사도 노골적이다. 인사 원칙과 안배 따위는 내팽개친 듯하다.
6일 검사장 인사와 17일 검사 인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는 누가 봐도 분명하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국 간의 ‘회전문 인사’가 두드러진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으로 우병우 민정수석을 보좌하던 이가 검사로 재임용되자마자 검찰 인사·조직·예산 실무를 총괄하는 검찰국 검찰과에 배치된다. 검찰국장과 검찰과장은 박근혜 정부 대통령직인수위 출신이다. 일선 검찰청의 수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는 검찰국 형사기획과장도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거쳤다. 검찰에서 청와대로 향하는 이들 역시 대부분 검찰국 출신이다. 새 민정비서관은 검찰과장을 지냈고,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된 검사들도 검찰국에서 근무했다. 검찰 조직을 통제하는 검찰국이 인사를 통해 청와대와 한 몸이 된 꼴이다.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제한”하겠다던 대통령 공약은 거짓말이 됐고, 청와대에서 복귀하는 검사를 수사 일선에 배치하는 검찰 관행도 무시됐다.
검찰 요직이 우병우 민정수석에게 ‘편한 사람들’로 채워진 점도 눈에 띈다. 주요 특별수사와 공안사건 수사를 총괄하는 서울중앙지검의 3차장과 1차장이 우 수석의 대학 동기이고, 특수1·2부장은 우 수석 아래서 근무한 특별한 인연이 있다. 상당수는 최근의 ‘민감한 사건’에서 정권의 뜻에 맞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검사들이기도 하다. 또 대검 반부패부장은 사법시험 동기이고,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구·경북 고향 선배들이다. 민정수석실 역시 대구·경북 출신 일색이다. 대신 우 수석의 2~3년 선배들은 때아니게 여럿이 사표를 내거나, 지방으로 발령났다. 누구를 위한 인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인사로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영향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강력해졌다. 검찰의 정치색도 짙어질 것이다. 이제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시늉도 없이 ‘정치검찰’의 본색을 드러내겠다는 예고 같다. “저 자신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검찰을 이용하거나 검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결코 없을 것임을 엄숙히 약속드리겠다”던 2012년 12월 박근혜 대통령의 말은 온데간데없다. 검찰은 개혁은커녕 정치권력의 충실한 도구로 본격적으로 퇴행하기 시작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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