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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민을 불쌍하게 만든 ‘박 대통령 2년’

등록 2015-02-24 18:29수정 2015-02-25 11:39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집권 3년차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활성화에 두겠다고 다짐하면서 “퉁퉁 불어터진 국수를 먹는 우리 경제가 불쌍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3법의 지연통과 등 이른바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잘 통과가 되지 않는 것을 비판하는 말이었다. 박 대통령은 나름 참신한 비유를 통해 정부의 경제난 극복 실패 이유를 설명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 말 한마디에 박 대통령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잘 응축돼 있다.

박 대통령이 지닌 많은 문제점 중에서도 핵심을 꼽으라면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반성은 없이 언제나 핑계와 남 탓으로 일관하는 행태가 아닌가 싶다. 이런 태도는 정권은 물론 나라 전체의 변화와 발전을 막는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국가가 총체적 난기류에 빠지고, 대통령 개인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것도 박 대통령의 이런 고집불통 태도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사실 불어터진 것으로 따지자면 국수가 아니라 이 정권이 보여온 갖가지 행태다. 케케묵은 권위주의적 방식의 국정운영에, 역사의 시곗바늘을 뒤로 돌리는 반민주적 악습의 부활, 여기에다 ‘불어터진’이라는 말로는 모자라는 ‘태곳적’ 인물들이 전면에 재등장해 권력을 휘둘러온 게 현실이다. 그러니 불쌍한 것은 경제가 아니라,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대통령을 매일 지켜봐야 하는 국민이라고 해야 옳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2년이 골조를 세운 기간이라면 이제 그 위에 벽돌을 쌓고 건물을 올려야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국민이 느끼기에 지난 2년은 골조를 세우기는커녕 기존의 골조마저 밑동째 흔들린 세월이었다. 무엇보다 국가 공동체를 지탱하는 ‘신뢰’라는 골조가 완전히 무너졌다. 대선 당시 내걸었던 수많은 약속이 비누거품처럼 꺼져버린 벌판에는 창조경제니 통일대박이니 하는 공허한 말들만 넘쳐난다. 문고리 권력을 비롯해 곳곳에서 비정상이 넘치는데도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치니 권력은 더욱 희화화될 뿐이다.

정권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수록 더욱 권력의 철옹성을 구축하려고 안간힘을 쓰게 돼 있다. 최근 개각에서도 나타났듯이 박 대통령에게 그 증상은 더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찾아왔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내 편 네 편’을 가르는 대통령의 강박관념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세워지는 권력의 성은 한낱 모래 위의 누각일 뿐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2년은 ‘변하라’는 국민의 요구와, ‘변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끝없이 평행선을 달려온 세월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이제 ‘우리 대통령은 절대 변할 사람이 아니야’라는 체념에 젖어 있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미련의 끈을 쉽게 놓지 못한다. 여기에 나라와, 정권과, 박 대통령의 비극이 있다. 박 대통령은 정녕 국민을 계속 불쌍하게 만들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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