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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시대착오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 소동

등록 2015-02-24 18:29수정 2015-02-25 11:39

행정자치부가 강제성을 띤 ‘태극기 달기 운동’을 추진하려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은 현 정부의 시대착오적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행자부는 광복 70돌을 맞아 태극기 게양률을 높이겠다며 아파트 동별 출입구마다 국기꽂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학교에서 국기 게양·강하식을 실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는 독재정권이 시민들의 충성을 강요하기 위해 국기 강하식을 의무화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온 국민이 부동자세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던 국기 강하식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독재 말기인 1978년부터 실시됐다가 민주화 흐름과 함께 89년 폐지됐다. 애국심이 강요로써 고취될 수 있는 게 아니며 민주주의는 시민의 자율성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정부가 저런 발상을 내놓다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이라는 의구심도 지울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영화 <국제시장>의 국기 강하식 장면을 언급하며 “우리가 그렇게 해야 ‘나라’라는 소중한 우리의 공동체가 …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태극기 달기 운동’이 추진됐다면 그 또한 권위주의 시절로 돌아간 국정운영 방식이다.

게다가 행자부의 방안은 세부 내용도 모순투성이여서 정부 안에서조차 반발을 샀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민간 건물의 국기 게양대 설치 의무가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된 점을 들어 국기꽂이 의무화에 반대했다. 학생들에게 ‘태극기 게양 인증샷’을 제출하도록 한다는 방안에는 교육부가 반대했다. 휴대전화가 없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이다. 현실성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도 없이 정책을 추진한 꼴이다.

정부는 이처럼 쓸데없는 관변 운동에 낭비할 행정력이 있다면 국민의 삶을 보듬어 참된 애국심을 자아낼 수 있는 정책에 쏟아붓길 바란다.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야말로 애국심의 걸림돌이란 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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