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일부터 4월24일까지 키리졸브 및 독수리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된다고 한미연합사령부가 24일 발표했다. 예상대로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훈련 갈등’이 해마다 되풀이되도록 방치하는 게 과연 타당한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대규모 한-미 훈련을 둘러싼 갈등은 수십년 된 문제다. 지난해 2월에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려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했으나, 뒤이은 훈련 갈등 등으로 남북 관계가 더 냉랭해진 바 있다. 북쪽은 올해도 노동당 정치국 및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을 잇달아 열고 미사일과 방사포를 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한-미 훈련을 임시 중단하면 핵실험을 임시 중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훈련 강도를 낮추거나 목적을 바꾸면 ‘핵 대화’에 나서겠다고 미국 쪽에 제안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훈련 갈등을 해결하려는 양쪽의 실질적 노력은 전혀 이뤄진 게 없다.
한-미 두 나라는 이번 훈련이 ‘방어용 연례 훈련’이어서 북쪽이 걸고넘어질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정부 말대로 남북이 대치 상태에 있고 한-미 동맹이 존재하는 한 합동훈련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러나 100% 방어적인 훈련도 있을 수가 없다. 게다가 이 훈련은 세계 최대 규모 실전 훈련의 하나다. 내용도 북한 급변사태 대비, 미국의 북한 핵 타격 수단 반입 등 공격적 내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훈련 기간 동안 국지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까지 간 경우도 있었다. 미국과 중국이 서해 부근에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런 부정적 파장을 줄이려면 훈련을 절대시하는 사고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훈련이 빠짐없이 실시된 것도 아니다. 남북은 1991년 이 훈련의 전신인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하기로 합의했고, 이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의 채택으로 이어졌다. 더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를 풀겠다는 의지다. 훈련 강화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북쪽의 위협 수준을 낮추고 평화 구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어렵더라도 군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 북쪽 체제의 특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안타깝게도 남북은 관계 개선을 시도할 ‘골든타임’으로 불렸던 1·2월을 그냥 넘겨버리고 있다. 하지만 대화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미 훈련 기간에도 상대를 자극할 수 있는 행동을 피하면서 전기를 만들어가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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