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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정원의 패륜적인 ‘노무현 죽이기’ 공작

등록 2015-02-25 18:44

국가정보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렸다는 증언이 나왔다.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수사 책임자였던 이인규 변호사가 한 말이니 분명한 근거가 있을 것이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이 따라야 한다.

국정원이 한 짓은 피의사실 공표 정도가 아니라 사실을 조작하고 왜곡한 언론공작이다. 2009년 4월30일 대검 중수부 조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이 회갑 선물로 받은 명품 시계 두 개에 대해 답변한 것은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부인 권양숙씨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란 말이 전부였다고 한다. 보름 뒤 일부 언론은 “권 여사가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진술했다”고 대서특필했다. 이 전 부장은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논두렁’ 얘기는 (검찰 조사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흘린 것”이라고 국정원을 지목했다.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는 말도 했다. 그는 “국정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익명 취재원)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정치적으로 매장하기 위해 국정원이 ‘논두렁’ 따위의 자극적인 소재를 지어내 언론공작을 했다는 얘기다.

폭로대로라면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대대적인 언론보도 뒤 열흘 만에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니, 국정원의 공작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만행이기도 하다. 누구의 지시로 어떻게 이런 공작을 폈는지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사실로 확인되면 당시 국정원장이던 원세훈씨부터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진상규명이 그리 어렵지도 않을 성싶다. 검찰은 당시 보도에 대한 추적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장이 왜곡된 내용의 언론보도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다”고 말한 것도 그런 조사의 결과인 듯하다. 검찰이나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이를 숨김없이 공개해야 한다.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진상을 밝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정원의 언론공작이 사실로 드러났더라도 이를 이 전 부장을 비롯한 검찰의 잘못에 대한 변명으로 삼을 수는 없다. 국정원이 아니라도 당시 검찰은 사실 여부가 불분명했던 의혹을 중계방송 하듯 언론에 공개하거나 슬그머니 흘렸다. 정치적 목적의 망신주기 수사 행태도 노골적이었다. 국정원과 마찬가지로 검찰의 책임도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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