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서 엽총 난사로 3명이 숨진 지 이틀 만인 27일 경기도 화성시에서 엽총 난사로 출동 경찰관까지 모두 4명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0년 사이 총기 사건이 매년 한두 건씩 일어났지만, 이번처럼 여럿이 죽는 참사가 잇따라 벌어진 것은 충격적이다. 우리 사회의 어딘가가 고장나고 구멍나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
이번 일로 한국도 이제는 총기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평온한 일상이 느닷없이 들이대는 총기에 산산조각으로 파괴되는 위험이 현실로 닥쳤으니 불안감의 확산을 막기도 어렵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경찰의 허술한 총기 안전관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그동안 수렵인들의 편의를 이유로 전국 경찰관서 어디에서나 별다른 사용목적 확인도 없이 총기를 입출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때문에 세종시 사건처럼 허가된 수렵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데도 살인 무기로 사용될 엽총을 들고 버젓이 거리로 나설 수 있었다. 총기 소지자의 결격사유도 확인하지 않아, 화성 사건처럼 자주 술을 마시던 피의자가 술을 마신 채 총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주소지와 수렵장 경찰관서에서만 총기 입출고를 허용하겠다는 등 총기 안전관리 강화 방침을 서둘러 발표했지만 ‘사후약방문’일 뿐이다. 왜 진작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멧돼지 피해 예방 등을 위해 어느 정도의 수렵이 불가피하다면, 총기의 파괴적 위험성에 걸맞은 엄격한 규제와 사고 예방 조처가 마련돼야 한다. 총기 사용 결격자를 걸러낼 수 있도록 수렵면허 부여 기준과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총기 불법 개조나 불법 실탄의 무차별 유통 등을 막을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총기의 위치 추적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터이다. 매년 수렵기간마다 비슷한 총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분노를 극단의 공격적 행동으로 폭발하는 ‘충동조절장애’ 범죄에 대한 사회적 예방 조처도 시급하다. 세종시 사건이나 화성 사건은 모두 가까운 사람과의 갈등과 그로 인한 분노를 참지 못해 저지른 살인사건이다. 이런 범죄는 예측과 대비가 어렵기 때문에 무고한 피해가 커질 수 있다. 개인 인권을 침해하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되겠지만, 충동조절장애를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서둘러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극단적인 분노 폭발이 언제 우리를 덮칠지 모른다는 불안을 마냥 방치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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