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증권시장과 많은 기업들에 주주총회의 달이다. 해마다 상장기업들의 주총이 이달에 집중적으로 열린다. 올해도 유가증권시장 등록 기업(12월 결산) 가운데 97%가 11일에서 31일 사이에 주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금요일인 13·20·27일에 몰려 있다. 이처럼 몰아치기식으로 주총을 여는 관행을 두고 그동안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개선될 낌새가 없다.
주총이 몇몇 날짜에 몰아서 열리면 주주들이 권리를 행사하기가 어렵다. 여러 기업의 주식을 가진 주주들이 많은데, 이들은 같은 날 비슷한 시간에 열리는 주총 가운데 한곳 정도에만 참석할 수 있다. 다른 기업의 주총 참석이 결과적으로 봉쇄되는 것이다. 소액주주일 경우 그런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 주총이 주식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관이고, 주주가 그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기업들이 내세우는 주주 중시 경영과도 맞지 않는다. 기업 경영 잘못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걸러질 기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배주주와 경영진 뜻대로 주총을 치르기 쉬운 것이다. 주총 몰아치기가 이런 노림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 개연성이 있는 얘기다.
기업들도 할 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12월 결산일로부터 90일 안에 주총 승인을 받은 감사보고서 등을 공시당국에 내야 하기에 물리적으로 3월에 열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몰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시당국은 외부감사 보고서 등을 3월까지 낸 뒤 주총에서 승인받은 최종분을 다시 제출하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주총을 4월 이후에 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만큼 기업들이 주총 일정을 스스로 조정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상장사협의회를 중심으로 머리를 맞대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전자투표 제도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또한 회사 경영 정보들을 주주들에게 좀더 일찍, 그리고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주주들의 믿음을 더 사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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