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탄압’ 등 자의적 법집행 우려
‘김영란법’으로 불려온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돼 2016년 9월부터 시행된다. 이 법 제정으로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을 증명하지 않아도 부정한 금품·향응 수수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스폰서 검사’나 ‘벤츠 여검사’, ‘○○ 장학생’ 따위 음습한 관계들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 것이다. 공직사회의 청렴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영란법의 시행은 문화혁명의 시작이라 할 만하다. 과도한 접대문화와 인맥관리 따위는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깊게 퍼진 고질이다. 남의 돈으로 밥 먹고, 향응 받고, 선물 받고, 편의를 누리는 이들은 공직자 등 이런저런 권력을 쥔 사람들이다. 그런 접대를 사소하거나 당연한 일로 생각했을지 몰라도, 그런 접대에 마비되는 것이야말로 부패와 부정의 출발점이다. 그렇게 친해진 이들을 ‘잘 봐주고’ 청탁을 들어주는 따위의 작은 불공정과 편파가 결국 우리 사회를 뒤틀리게 만들었다. 접대와 인맥쌓기에 들어간 사회적 비용 또한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김영란법은 그런 비리의 사슬을 끊자는 포괄적 부패방지법이다. 법의 적용 대상이 공직자를 넘어 언론사 임직원과 사립학교 교원으로까지 넓어진 것도, 공직 외에 언론과 학교 역시 ‘맑은 물’이 아니라는 국민의 시각이 반영된 때문일 것이다. 부당함을 따지기에 앞서 왜 이런 입법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위에 기존의 관행을 바꾸고, 과거의 잘못된 행태를 버리는 자체 혁신에 나서야 한다. 시행까지 남은 1년 반 동안 각 부문에서 그런 실천강령이 만들어지고, 법이 지켜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에는 부작용과 문제점도 적지 않다. 김영란법은 기존보다 강력한 권한을 경찰과 검찰에 부여했다. 수사기관은 언제라도 공직자·정치인·언론인 등에 대한 표적사정에 나설 수 있다. 지금도 검경은 편파 수사와 자의적인 법적용으로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는 터다. 김영란법으로 항시적으로 국민 생활을 감시·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생기게 되면, 이를 악용해 우리 사회를 ‘경찰국가’ 시대로 퇴행시킬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그런 칼날이 언론을 겨냥하면 언론을 길들이고 탄압하는 일이 일상화하게 된다. 언론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나쁜 의도’를 막을 방안이 함께 담보돼야 하는데도 김영란법에는 그런 고려가 전혀 없다. 애초 언론이 공직과 나란히 이 법의 규율대상이 되는 것이 온당한지부터 의문이다.
‘언론 탄압’ 등 자의적 법집행 우려
이 법이 입법 취지를 제대로 살렸는지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 김영란법은 국회의원과 판검사 등이 주요 대상이었는데, 정작 국회를 통과한 법에는 국회의원에게 불리한 내용이 상당 부분 빠져 있다. 법 시행도 내년 총선 뒤로 미뤄졌다. 고위직일수록 형제자매 등을 통한 비리가 잦은데도 규제 대상인 ‘가족’은 배우자로 범위가 좁혀졌고, 현행법보다 김영란법에 따른 처벌이 되레 약하거나 아예 처벌을 면하는 모순도 몇몇 발견된다. 이런 문제점 하나하나가 위헌 논란을 불러오고 법의 온전한 집행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보완 입법과 대책 마련을 미루지 말아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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