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4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히는 등 위헌 논란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법률이 시행도 되기 전에, 더구나 시행령이나 예규 등을 통해 실제로 어떻게 집행될지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도 전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은 성급할뿐더러 어색한 일이다. 국민의 절대다수가 김영란법의 취지와 그 대강에 찬성하는 마당에 괜한 흠집내기로 비치기 십상이다.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만큼 지금은 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게 지혜와 노력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수정과 보완을 한다면서 법 취지를 훼손하거나 예외조항 추가 등의 편법으로 법을 형해화시키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애초 김영란법의 또 다른 축인 ‘이해충돌 방지’ 부분에 대한 입법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원래 김영란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부분과 ‘이해충돌 방지’ 부분이 함께 시행되도록 설계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해충돌 방지 부분은 위헌 우려가 크다는 이유로 미뤄졌지만, 처음 구상대로 이들 부분이 함께 종합적으로 시행되어야 부패 차단과 투명사회 실현이라는 목표가 온전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추가 입법이나 개정 등 어떤 형태로든 같은 시점부터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영란법이 실효성 있게 집행되려면 이것 말고도 가다듬어야 할 점이 한둘이 아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졸속으로 언론 등 민간영역을 추가하는 바람에 이 법의 좋은 취지가 언론 탄압이나 길들이기에 악용될 위험에 대한 대비책 등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검찰과 경찰의 권한이 크게 확대된 데 반해 이들의 자의적인 법 집행을 막을 장치는 허술하기만 하다. 국회 일각에서 적용 대상을 노조·시민단체·변호사 등 민간의 다른 영역으로 더 확대하자는 말도 나오는 모양이지만, 이는 지금보다 더한 ‘물타기’로 법을 무력화하려는 꼼수일 뿐이다.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의 부패를 원천 차단하자는 애초 입법 취지에 맞추려면 오히려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는 게 더 시급하다.
시행령을 통해 법 집행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일도 중요하다. 구체적인 문제들을 꼼꼼하게 담아 규율해야 법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실물경제에 끼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법 시행을 연착륙시키는 지혜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런 수정과 보완은 법의 실행력을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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