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저물가 상황이 이어져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큰 걱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적정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일어나지 않고는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고 했다. 최 부총리의 이런 발언이 새삼스런 것은 아니지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낮은 물가’와 ‘낮은 임금 인상’이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 부총리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실망스럽다.
우리 경제는 물가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일컫는 디플레이션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을 지울 수 없게 돼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세 등의 여파로 지난달 0.5%라는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률을 빼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인데다 상승률 자체가 둔화하고 있어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잘 알다시피 디플레이션은 대체로 한번 빠져들면 벗어나기가 어렵고 불황이나 침체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디플레이션이 아니어도 저물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비슷한 위험이 따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데 최 부총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그는 취임 이후 재정 확대 정책을 펴고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증대 필요성을 몇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임금 인상은 말잔치에 그치고 있다고 해도 그르지 않다. 그가 얘기했듯이 임금 인상은 내수 부양은 물론이고 저물가 탈피에도 긴요하다. 하지만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체의 실질임금 상승률은 1.3% 수준으로 국내총생산 증가율을 크게 밑돌았다. 얼마 전에는 삼성전자가 올해 임금 동결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위상을 생각할 때 파장이 만만찮을 텐데도 정부는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어 보인다.
최 부총리는 자신의 임금 인상론이 진심임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뭔가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에도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 된다. 최 부총리는 4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고, 일본의 아베 총리는 아예 노골적으로 기업들에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최 부총리가 박 대통령에게 이런 현실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박 대통령은 노동시장의 구조개혁 등을 강조하면서도 임금 인상은 입에 올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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