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과거에 실제 거주지와 다른 곳으로 위장전입을 했던 사실이 5일 밝혀졌다. 임 후보자는 위장전입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통해 재산상의 이익 등을 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써 다음주에 인사청문회를 하는 장관(급) 후보자 4명 모두 본인 또는 가족의 위장전입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당이득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의 낮은 윤리의식을 잘 보여주는 풍경이다.
임 후보자뿐 아니라 위장전입 사실이 이미 드러난 홍용표 통일, 유일호 국토교통,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역시 나름의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떻든 위장전입은 범법 행위다. 법을 어긴 사람들이 무더기로 장관이 되고 금융위원장이 된다면, 정부는 일반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더 중요한 문제는 위장전입쯤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현 정권의 태도다. 우리나라는 행정 전산화가 잘 되어 있어서 공직자 인사검증 과정에서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게 위장전입 여부다. 그러니 청와대가 장관(급) 후보자 4명의 위장전입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 정도는 별 흠결이 아니라고 보고 그대로 지명을 강행했을 것이다.
물론 고위공직자의 도덕성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상황에 따라서도 여론의 평가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일반 공무원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의 도덕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해야 한다. 그래야 공직의 품위와 엄정함이 살아나고 국민 지지를 받는 정책을 펼 수가 있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게 능력 있는 인재를 배제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국민 눈높이에서 폭넓게 인재를 구하면 훨씬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다. 현 정권에서 유독 위장전입 장관들이 양산되는 건 그만큼 청와대의 인사 풀이 좁고 제한적이란 뜻이다.
청와대가 위장전입에 면죄부를 주었다고 해서 국회마저 이를 그냥 넘겨선 안 된다. 내주에 있을 인사청문회에선 4명의 장관(급)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후보자들이 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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