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금융’이 여전히 우리나라 금융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쇳말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와 정피아(정치와 마피아의 합성어) 논란 등으로 거센 비판이 일었지만 올해도 정치금융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케이비(KB)금융지주와 한국금융연구원의 수장급 인사가 이를 뭉뚱그려 말해준다. 정부 산하기관도 아닌 이들 민간 조직의 인사에 정치권이 개입해 물을 흐려놓는 상황에서 창조금융이 꽃피고 금융개혁이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최근 금융연구원장에 내정된 신성환 홍익대 교수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한 사람이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잘 알다시피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선거운동을 이끈 기구다. 신 내정자는 지난해 케이비 내분 사태에 책임을 지고 이달 말 정기주총 뒤에 사외이사에서 물러날 예정이었으나 되레 ‘영전’하게 됐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밀지 않았으면 가능한 일일까 싶다.
케이비금융지주는 얼마 전 케이비캐피탈 사장에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을 내정했다. 박 전 부행장도 케이비 사태로 자리를 떠났는데, 석달도 안 돼 화려한 복귀를 알리게 된 셈이다. 박 내정자는 서금회 회장을 오래 맡은 바 있다. 또한 케이비금융지주는 상임감사 자리를 3개월째 채우지 못하고 있고, 지주 사장 자리를 부활하려다 포기했다고 한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에서 논공행상 차원에서 내려보내려는 인사와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일그러진 인사로 큰 질책을 듣고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는 그런 가운데 금융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경제사령탑인 최 부총리는 지난주 금융부문에 “뭔가 고장이 났다”며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금융부문을 관할하는 임 내정자는 “금융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금융회사 및 금융소비자, 법률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금융개혁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 등에서 빚어지는 정치금융을 바로잡지 않고서 금융개혁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치금융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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