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보육 대란’ 걱정이 터져 나온다. 지난해 11월 만 3~5살 어린이의 무상보육 예산을 정부가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려 하고 교육청은 재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어 올해 초 보육 대란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가까스로 정부와 국회가 예산 마련 방안에 합의하고, 올해 2~3월치까지는 각 교육청이 어떻게든 예산을 짜놓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겨우 시간을 벌었다. 그런데 합의된 후속 조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4월부터 또 보육 대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아이 키우는 일로 이렇게 부모들을 애태우고 심란하게 만들어서야 과연 국가가 국가 노릇을 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3~5살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누리과정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재정 부담을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려 한 게 문제의 발단이었다. 논란 끝에 부족한 재원 1조7657억원 가운데 5064억원을 정부가 목적예비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하기로 교육부 장관과 여야 간에 합의가 이뤄졌는데, 새누리당 지도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뒤집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다행히 애초 합의가 유지됐지만, 문제는 이후 넉달 동안 실천이 없었다는 것이다. 국회는 지방채 발행을 위한 지방재정법 개정 논의를 4월로 미뤘고, 정부는 이를 빌미로 목적예비비 지원마저 이행하지 않고 있다.
시·도교육청이 급한 대로 편성한 예산이 3월이면 동나는 줄 뻔히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 없이 지방재정법 개정을 미룬 국회도 문제거니와, 국회가 이미 의결한 목적예비비 집행마저 보류하는 정부의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당장 새달부터 보육료 지원이 끊길지 걱정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정부가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있다면 이런 식으로 대처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육료 지원만 문제는 아니다. 올해 초 어린이집 아동 폭행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일고 정부와 정치권은 대책을 마련하겠노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은 처리되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며, 그만큼 이 문제에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결국 부모들은 정부가 약속한 보육료 지원이 오락가락하는 데 짜증이 나고, 어린이집에서 언제 또 사고가 터질지 몰라 불안하다. 보육의 국가 책임을 강조하며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 아이 키우기는 오히려 더 걱정거리가 되고 있으니 이런 비정상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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