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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리퍼트 대사 ‘위문 과공’

등록 2015-03-09 18:52수정 2015-03-09 18:52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병실을 우리 정치인과 정부 고위인사들이 줄지어 찾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여당 의원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일행, 그리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찌감치 병실을 찾았다. 어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문병을 했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자마자 귀국 첫 일정으로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그밖에도 너무 많은 사람이 주말에 방문하여 리퍼트 대사가 피로를 느낀다며, 더는 면회를 받지 않겠다고 미 대사관 쪽이 공식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흉기로 공격당해 상처 입은 피해자를 찾아 위로하는 것은 미덕이고 예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상대가 외국을 대표하는 외교사절인 만큼 위로의 형식을 정중하게 갖추는 것은 필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각의 문병 행차는 한 건씩 놓고 볼 때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여야 대표와 소속 의원들, 각 부처 장관과 총리, 대통령까지 한 외국 대사의 병실에 줄을 잇는 모습을 보면 이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질서가 없고, 외국에서 볼 때 강대국 대사에 대한 과잉 대우로 비칠 수 있다. 가령 정부 대표로 주무 장관이든 누구든 한 사람을 지정해 위문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위로 전문이나 화분을 보내는 것으로 조율을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문병 때 위로의 말도 잘 골라서 할 필요가 있다. 김무성 대표는 “종북좌파들이 한-미 동맹을 깨려는 시도였지만 오히려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하고 더 결속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친 사람을 위로하는 데 집중하는 게 옳지, 거기까지 가서 정치적 이득을 셈하며 사건을 부풀리려는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리퍼트 대사는 병상에서 “김치를 먹었더니 더욱 힘이 나는 것 같다”며 ‘한국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의 주가도 날로 솟고 있다. 외교관이 위기 상황에서 소통 전략을 잘 구사하여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는 좋은 사례를 보는 듯하다. 반면에 우리 정부와 정치권의 태도에선 원숙함을 찾기 어렵고, 과공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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