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로 물러났다가 21년 만에 총장으로 복귀한 김문기 상지대 총장을 해임하도록 교육부가 10일 재단 쪽에 요구했다. 지난해 8월 김씨가 총장에 선임된 지 일곱 달 만이다. 김씨 차남의 이사 연임도 승인하지 않았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상지대 사태를 바로잡을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
1993년 ‘문민정부 사정 대상 1호’로 구속되면서 학교를 떠났던 김씨에게 복귀의 길을 열어준 건 교육부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였다. 2010년 김씨의 차남 등 4명을 이사로 복귀시킨 것이다. 이들과 기존 이사들이 대립하면서 학교 운영이 파행을 겪었고, 급기야 김씨가 총장으로 복귀한 뒤에는 학생 매수·사찰과 교수 파면 등으로 학내 비판세력을 탄압하면서 학교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측근 특별채용 등 전횡도 심해졌다. 학교 안팎에서 퇴진 요구가 들끓었지만 교육부는 말로만 사퇴를 촉구하는 데 그친 채 뒷짐을 지고 있었다. 지난해 말에야 상지대에 대한 특별 종합감사에 들어가고 다시 몇 달이 지나서야 총장 해임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만시지탄이지만 정부가 김씨의 상지대 재장악에 제동을 건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사학 비리’의 상징적 인물인 김씨의 복귀가 굳어진다면 비리와 전횡으로 얼룩졌던 사학의 어두운 역사가 되살아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리 사학의 2중대’로 전락해 감독 기능이 유명무실해지고, 사학의 공공성이라는 가치는 폐기처분되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사학 족벌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학이 운영되면서 교수·학생들은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선 김씨가 총장에서 물러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의 지배구조 자체가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가 김씨 쪽이 신청한 이사 9명 중 5명을 승인한 것은 실망스런 대목이다. 김 총장 해임 여부를 심사·결정할 이사회가 김씨 쪽 사람들로 채워진 꼴이다. 물론 이사회가 해임 요구에 불응하면 교육부는 이사 승인을 취소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사회가 마지못해 김씨를 해임하더라도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사들이 이후 학교 정상화를 제대로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해법은 새 총장과 나머지 이사진을 공공성을 갖춘 인물로 충원하고, 그래도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임시이사를 파견하는 길밖에 없다. 총장 해임 요구가 미봉책일 뿐이라는 상지대 교수·학생들의 목소리를 교육부는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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