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로마 교황청에서 한국 천주교 주교단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첫 질문으로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됐습니까”라고 물었다. 지난해 8월 방한 때도 세월호 유가족들을 각별히 위로했던 교황의 관심과 물음에 우리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세월호 이야기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정치와 언론의 관심도 크게 줄었다고, 그래서 세월호 문제가 무엇인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도 이제 아득해졌다고 정직하게 답할 수 있을까. 참사 1주기를 앞둔 지금, 우리는 우리 사회의 야만과 무관심을 부끄럽게 고백해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 만든 비극을 너무 쉽게 잊으려 했다. 열일곱살 어린 학생들이 찬 바닷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모두가 눈 뻔히 뜨고 지켜봐야 했던 그날의 충격에서 도망치려 했다. 참사의 본질은 위기상황에서 누구도 책임 있게 생명 구조를 판단하고 결행하지 못한 판단 마비와 책임윤리 증발의 국가실종이었다. 국가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어린 생명을 구해냈을 것이라는 절규가 세월호 문제의 출발이다. 그래서 세월호 문제는 긴급 위기상황에 대비한 국가의 행동준칙을 마련하는 국가개혁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풀 수 있고, 그러자면 참사의 일곱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운 대통령부터 시작해 책임 소재를 하나하나 가리는 진상규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당연한 시도조차 정치적 논란으로 매도당하면서 세월호 문제는 길을 잃었다. 정치적 득실을 앞세운 비인간적 선동과 희생자까지 모욕하는 야만적 언사가 정치인이나 거리의 난동꾼, 인터넷 ‘일베’의 입에서 부끄럼도 없이 토해졌다. 많은 이들이 아귀 같은 그 모습에 진절머리를 내다 세월호를 외면하게 됐을 터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제발 잊지라도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아직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선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조속한 선체 인양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돈이 많이 든다며 그조차 미적대고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5일 힘겹게 출범한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앞으로도 한참 동안 제 기능을 못한다는 점이다. 정부의 승인과 시행령 공표가 늦어지면서 조직과 예산이 확정되지 않아 실무진도 구성하지 못했다. 본격 업무까지 두어 달 더 걸리면 활동기간은 턱없이 줄어든다. 대통령 측근인 여당 의원이 특위를 세금도둑이라고 욕하는 터여서 괜한 시비도 계속될 듯하다. 세월호 문제의 해결을 막는 것은 그런 훼방과 가학,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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