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언한 대로 4월부터 경상남도의 학교 무상급식이 중단된다. 홍 지사는 그 대신에 학교급식에 지원했던 도 예산 643억원을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저출산을 극복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려면 기본적으로 교육재정을 더 확충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이런 고민 없이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학교급식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고 국민 공감을 얻기도 힘들다.
홍 지사가 도 예산의 학교급식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처음 선언할 때만 해도 그가 내세운 명분은 ‘도교육청이 감사를 거부해서 재정 투명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도교육청이 감사를 받겠다고 했지만, 홍 지사는 ‘보편적 급식 지원’ 대신에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선별적 교육지원 사업’이란 새로운 명분을 내걸고 학교급식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자신이 이미 내려놓은 결론에 따라 골대를 옮긴다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이런 홍 지사의 태도에는, 개인의 야심 때문에 급식 문제를 정치적 논란거리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홍 지사가 내세운 학교급식 지원 중단 논리는 그 방향이 기본적으로 잘못됐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저출산과 고령화인데, 이 중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큰 틀에서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자세를 갖고 대처해 나가는 게 옳다.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 하는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교육을 책임지는 ‘의무교육 서비스의 확대’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게 타당하다. 이미 국민 공감대를 이룬 학교급식은 계속 시행해 나가면서, 서민자녀 교육환경 개선사업이 필요하면 그 예산은 다른 분야에서 빼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육 또는 보육 분야에만 한정해서 매번 ‘예산 부족’ 타령을 하면 저출산 문제는 영원히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학교 무상급식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면서 다수의 국민이 동의를 한 사안이다. 이런 제도를 바꾸면서 도내 교육단체나 학부모단체와 협의를 거치지 않은 건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다. 홍 지사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회계에 관한 사항은 주민투표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하지만, 같은 당 출신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 무상급식 문제로 주민투표를 한 전례가 있다. 도지사가 도민의 뜻도 묻지 않고 교육 문제에 이념을 끌어들여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야말로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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