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방어(사드) 체계를 우리나라에 배치할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다. 제때 입장 정리를 하지 못하고 좌고우면하는 정부 책임이 크다. 정부는 빨리 명확한 거부 뜻을 밝혀 논란을 마무리하기 바란다.
‘사드 문제 공론화’ 여부를 두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이에, 그리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설전을 벌이는 것은 그 자체로 볼썽사납다. 부적절한 정책결정 과정의 폐해%과정의 폐해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을 가중시킨 것은 무엇보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다. 이들이 15일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와 이달 말 정책의총 등을 통해 사드 문제 공론화에 나서겠다고 한 의도는 분명하다.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를 압박해 사드를 우리나라에 배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대사 피습 분위기’를 활용해 핵심 외교안보 전략과 관련된 사안을 정략적으로 밀어붙이려는 행태다.
청와대가 11일 공론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낸 것은 나름대로 일관성이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의 말처럼 “동북아 각국의 외교안보 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몰고올 사안을 고도의 전문성이 뒷받침되기 어려운 의총에서 자유토론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미국의 사드 배치) 요청이 없었기 때문에 협의도 없었고 결정된 것도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미국의 움직임을 봐서 결론을 내리겠다는 비주체적인 태도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사드의 해외 배치와 수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드는 미국이 세계적인 미사일방어(엠디) 체계의 하나로 개발한 값비싼 장비다. 우리나라에 배치된다면 일차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미-중 군사대결의 최전선이 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느끼는 위협감은 이들이 이미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대 뜻을 밝힌 데서도 잘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사드가 북한만을 겨냥한 것임을 잘 설명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는 ‘사냥용 공기총은 흉기가 아니다’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또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는 결국 우리나라에 대한 구입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로 대응하며 미국의 엠디 체계에는 가입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이 말이 모두 거짓이 된다. 이제 소모적인 사드 논란을 끝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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